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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Nov 26. 2023

복직 교사의 가르칠 준비

나는 교사다.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중등교사"




대한민국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만은 않다. 교사를 존경하는 시대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오히려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울 때가 많다.


뉴스나 여러 기사들을 보면 내가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교사들이 간혹 존재하기는 하다. 비인격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이 교직에 남아있는 경우를 보면 같은 교사인 내가 봐도 화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수의 비성숙한 교사로 인해 다수의 헌신적인 교사들이 함께 비난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최근에는 여러 사건, 사고들을 비롯해 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매스컴에 알려지면서 교사에 대한 인식, 학교에 대한 인식, 학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기는 하다. 이제야 조금씩 교사들의 노고를 알아주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비성숙한 교사도 존재하고, 여전히 비성숙한 학생과 학부모도 존재한다.




교사라는 직업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간관계가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세 개 집단이나 되는 아주 특수한 직업이다. 아주 가까이서 매일 같이 교류하고 대치하는 관계가 세 개 집단이나 되는데, 담임을 맡게 되면 담당 학급 학생수만 이미 30명이 되니 말이다. 혹자는 학교는 작은 사회이자 작은 전쟁터라고 하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이 된다.


그 작은 사회이자 전쟁터인 학교의 실상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교라는 일터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교사=수업"이라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교사가 온전히 수업에 집중하여 아이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그럴 수 없다.


교사들은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 해야 하는 일들 중 수업은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주어진 업무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교사는 "행정업무 + 수업 + 학생상담 및 지도 + 학부모상담" 이 모든 걸 전문적으로 해내야 한다.


회사 업무처럼 각자 맡은 부서의 행정 업무가 사실 교사의 하루 일과 중 반이상을 차지한다. 맡겨진 행정업무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나 싶어서 수업 준비를 할라치면 학급 아이가 사고를 쳤단다. 해당 학생과 한참을 상담하고 나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린다.


3학년 담임을 맡아 입시철이 되면 점심 식사는 10분 안에 끝내곤 한다. 10분 만에 밥을 후다닥 먹고 학생들 상담을 줄지어 진행하다 보면 점심시간은 끝나버린다. 그래도 10분이라도 먹을 수 있는 날은 다행이다. 반 아이들이 사고를 치거나 추가적인 상담을 해야 하는 경우 내게 주어진 10분 마저도 사치이다. 점심식사는 거르고 아이들 상담에 집중하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학생들을 하교시키고 난 후에는 마무리하지 못했던 업무를 마저 하고, 그날 특이사항이 있었던 학생이나, 상담이 예정되어 있었던 학부모님들과의 전화상담이 이어진다. 하루종일 수업에서 말하고 학생들 지도하며 말하고 마지막 전화상담까지 마치면 그제야 나의 입은 쉴 수가 있다.




이런 전쟁터 같은 교직에 있다가 더 전쟁터 같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휴직을 하게 되었다. 2년을 쉬었는데 한참 전에 학교에 있었던 것처럼 학교 업무들이 가물가물하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 교육 현장에 변동 사항과 새로운 지침들이 워낙 많았던 터라 복직을 하면 처음 도입된 새로운 교육 시스템들을 처음부터 다시 다 배워야 할 처지이다.


아이 키우는 게 그 어떠한 전쟁터보다 더 치열하다 보니 사실 '복직'이라는 단어는 아예 떠올리지도, 떠올릴 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옷깃을 여미는 추위와 '수능 응원'을 하는 현수막들을 보자마자 현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복직이 얼마 안 남았구나.



내년 3월, 복직을 앞두고 있는 때에 파워 J 계획형 인간인 나는 그래도 복직 3개월 전부터 조금씩 복직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준비와 1년 치 평가계획만 짜더라도 시간이 훌쩍 지나갈 텐데 나에겐 어마무시한 14개월 아가님이 계시니 더욱이 미리 복직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직 준비를 마음먹고 있던 찰나 앞서 말한 '세상이 바라보는 교사들의 위치와 교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는데, 그 열심의 이상을 보여주라고 교사들에게 다그치는 듯한 이상한 목소리들......


 휴직하는 동안 들려오는 답답하고도 억울한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보여주자. 그들이 뭐라고 탓하지 못할 정도로 교사들이 얼마나 분투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물론 나도 한참 부족한 게 많은 부족한 교사이다.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학생들, 동료 교사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교사이다. 이런 내가 다수의 헌신적인 교사들의 대표가 될 수는 없지만, 이 글들을 통해 적어도 '진정한 어른다운' 교사가 되어가기 위해 교사들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교사들이 놀고먹으려고 학교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과 밖에서 얼마나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얼마나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는 지를 나타내고 싶었다. 여전히 배움을 멈추지 않는, 여전히 가르치기를 포기하지 않는, 여전히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다수의 훌륭한 선배, 동료, 후배 교사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복직을 앞두고 가르칠 준비를 하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나라는 교사 한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교사들이 학교라는 현장에서 치열하게 가르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것을.   




지금부터 연재될 글들은 크게 "수업" "학급경영(학생지도)" 측면에서 복직 전에 내가 어떻게 가르쳐 왔었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복직준비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그 과정은 이미 완성된 훌륭한 교사의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니라,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더욱 노력하고 성장하는 교사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존경하는 훌륭한 나의 선배, 동료, 후배 교사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진정한 교사의 모습.

그들이 내게 보여준 가르침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그들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교단으로 다시 나아갈 준비를, 다시 가르칠 준비를 한다.


사진: Unsplash의Trent Er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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