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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Dec 03. 2023

<마음가짐> 초심으로 돌아가기

2년간의 휴직 기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이제 복직까지 약 3개월이 남았다.


"수업"과 "학급경영" 측면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지만, 그 모든 가르칠 준비의 첫 번째는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왜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떠한 마음으로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복직하고 현장에서 바로 적응해 가면 되지 굳이 바쁜 와중에 내가 왜 가르칠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것도 글까지 남겨가면서 말이다. 나 자신에게도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한 과정인지에 대해서.  


가르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바로 이번 편에서 다루게 될 '초심' 때문이었다. 나는 너무 지치고 힘든 와중에 휴직을 결정했었다. 학교를 너무 사랑했지만 학교가 너무 힘들었다. 마음과 열정이 앞서서 지치기도 했었고, 사람에 지치고 환경에 지쳤었다. 학교가 싫어질 때쯤 휴직을 결정했다.


그렇게 휴직을 하고 2년이 지나, 이제는 학교가 그리워졌다. 학생들이 보고 싶고 교단에 서고 싶어 졌다. 유모차를 끌고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마주치는 수많은 교복 입은 학생들이 나를 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줄 것만 같았다.

  


물론 학교가 그립기만 한 건 아니다. 휴직을 결정할 당시에 느꼈던 힘듦과 두려움이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 크게 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휴직 중간에 휴직 관련 서류를 제출하러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무실에 계시던 선생님들과 잠깐 나누던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난 육아휴직 끝나고 처음으로 복직했을 때 너무 힘들었어. 육아랑 일이랑 처음으로 병행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원형탈모도 왔었잖아..."


복직이 한참 멀었었던 그때는 그저 남일처럼 들었었던 이야기인데, 복직을 앞두고 있다 보니 그때 그 선생님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다. 복직에 대한 설렘도 있지만 그 설렘이 워킹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진 못했다.  


어쩌면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클지도 모른다. 엄마로서도, 선생님으로서도 다 자격미달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쯤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초심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때, 이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떤 학교든, 어떤 학생이든, 어떤 업무든 다 상관없으니 제발 합격만 돼라!"


하지만 현실은, 학급 학생들이 사고 친 날이면 조종례하러 교실에 들어가기도 싫은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교단에 서있는 꿈을 꾸며 행복해하던 고시생 때의 내 모습은 잊힌 지 오래였다.


매일 잠들기 전, 교탁 앞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교사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띠어지던 그런 때도 있었다. 교사를 꿈꾸던 순수했던 나의 모습. 그런 초심. 그 마음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


출처 : tvn 블랙독 공식홈페이지



이미 학교 현장의 모습이 어떠한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리고 나 역시 가정과 육아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에 초임 때처럼 열정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는 없을 걸 잘 안다. 하지만 텅텅 비워져 있는 나의 열정통에 다시 조금의 열정을 채울 수는 있지 않을까, 차고 넘치진 못할지언정 말이다.




육퇴를 하고 배우 서현진, 라미란 등이 나오는 <블랙독>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한동안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감만 있었지, '교사'라는 존재감은 잊혀 가던 중이었다.


학교 관련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나 티빙 등 가입되어 있는 여러 OTT에서 드라마들을 찾기 시작했다. 리모컨으로 한참을 왔다 갔다 뒤적이다가 <블랙독> 포스터 앞에서 멈춰 섰다. 누가 봐도 교사인 거 같은 복장을 한 주인공들이 복도를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의 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출처 : tvn 블랙독 공식 홈페이지


'맞아 나도 저랬지.'


한 손에는 텀블러, 한 손에는 노트북과 교과서를 비롯한 학습지들. 나도 저렇게 학교 복도를 수도 없이 지나다녔었지. 임용고시 공부할 때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늘 상상하고 꿈꾸던 모습이었는데, 정작 교사가 된 후로는 되돌아본 적 없는 교사라는 내 모습이었다.


초임교사의 열정으로 학생들을 대하던 주인공 고하늘의 모습은 왠지 짠하기도 하면서 고군분투하던 나의 초임 때가 떠올라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애들을 위한 게 아니면 어떡합니까?


애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당차게 외치는 블랙독의 초임교사 고하늘의 대사를 들으면서 초임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매일같이 분투하며 학생들을 위한 게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던 나와 나의 동료 교사들. 퇴근 후에도 남아서 학생상담 측면에서, 수업측면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같이 성장해 가던 나와 그들의 초임 시절.


 그때의 그 분투, 그때의 그 고뇌, 그 모든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던 그때의 초심이 복직을 앞둔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초심을 가지고 다시 초임으로 돌아가려 한다. 순수하게 학생과 수업을 생각하던 그때로.

(물론 경력직 능력치는 잘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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