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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찾아온 순간

by 나날

"무언가에 큰 열의가 차있거나, 꽤 공을 들일 때보다, 쉽게 쉽게 때로는 심지어 느슨하게 접근하면 결과가 더 나은 경험이 쌓이고 있다. 특별한 경험들은 아닌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살림도 쉽게 쉽게 접근할 때 더 즐겁고, 운동도 강박적으로 해낼 때보다 슬렁슬렁 꾸준히 할 때 효과가 더 좋다. 식물 키우기도 그러니, 인간관계는 말할 나위 없고, 아이의 학습에서도 완전히 그렇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이어가고 있던 순간은 너저분한 집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생각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물건들을 정리하다 보니 너저분했던 머리 속도 같이 움직였다. 이 생각은 이 자리로, 저 생각은 저 자리로 모아지니 비슷한 생각들끼리 같은 자리에서 만나 반가워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을 때를 주로 '머리에서 전구가 켜지는 장면'으로 표현하는데, 처음으로 누가 그렇게 표현했는지 정말 대단하다. 내 머리에서 생각과 생각이 만날 때도 정말 그렇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찰나의 속도로 환하게 번쩍인다. 몸은 가벼워지고, 기분은 신나 지는데, 아마도 그와 관련된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이 순간 콸콸콸 나오긴 하는가 보다.


그 상태가 좀 길면 좋은데, 스치듯이 지나가는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적거나,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담고 나면 끝나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떤 대단한 것을 생각해 내거나, 엄청난 것을 발명해 내는 것은 아니다. 두루두루 알려진 사실들인데, 그제야 내가 내 것으로 인지하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글 첫 문단으로 적은 내용이 그렇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는 유레카를 외칠 만큼 극적인 순간이니,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마치 기어 다니기만 하던 아이가 처음으로 발을 떼고 걷는 느낌으로 나에게 의미 깊게 다가온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내면의 걸음마는 때마다 있을 수 있고...


생각이 여기까지 흘러오니, 와, 내 머리에서 또 생각과 생각이 만나서 서로 악수를 했다. 다음 연제에서는 '내면의 걸음마'에 대해서 적어보아야겠구먼... 호호



주제를 미리 정하다니, 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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