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잠들던 밤
할머니 옆자리는 언제나 내 차지였다.
그리고 내 옆으로 동생, 엄마, 아빠가 주르륵 누워 함께 잠을 자던 시절이 있었다.
어려선 유치원에 태워다 주던 기사님도 있었는데, 어린 나와 동생은 IMF가 뭔지도 모른 채 온몸으로 그 시기를 받아냈다. 모르니까 좋았다. 작지만 따뜻한 할머니 집이 좋았다. 한 방에서 다 같이 잘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문 앞에 버티고 자는 아빠가 추운 줄도 모르고 마냥 든든했던 때였다.
할머니 자리는 언제나 옥장판이 틀어져 있었다. 게다가 방바닥 자체가 뜨끈했는데, 그건 오직 할머니가 누운 곳에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8살까진 운 좋게 좋은 집에서 자라왔던 나에겐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집에 찬 바람이 들치고 방구석 한켠만 따뜻하다니. 엄마는 아랫목이 원래 제일 따뜻하다고 말해줬다.
-온 집을 아랫목으로 만들면 되잖아?
속도 없이 히히 웃으며, 따스운 아랫목에 발 슬쩍 넣고 잠들곤 했다.
옥장판 위의 오래된 살결에 작은 손발을 비벼대다가, 할머니 큰 손이 내 등을 토닥토닥.
겨울이 오면, 오래된 할머니 냄새를 품고 잠들던 날들이 그리워진다.
잃을게 더는 없던, 막내딸 가족을 보듬은 그 밤들.
조그마한 나와 동생은
아직 여린 어른들이 시린 외풍을 막아내느라 고된 줄도 모르고, 그들의 큰 품 아래서 무럭무럭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