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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럭 Nov 23. 2021

문자 한 통 보내주는게 그리도 어려웠나요?

좌절기록_불합격 통보문자를 기다리는 내가 싫다.

"이번 주 내로 연락드릴게요^^"

딱 봐도 떨어진 듯한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젊은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애써 마주 웃어주며 씩씩하게 기다리겠노라 말한 게 3일 전이다.

면접을 수요일에 봤으니 이번 주 안에 연락이 오려면 최소 금요일, 어제까지는 왔어야 했다.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올까, 혹시 그 문잔가 싶어 핸드폰이 울리기만 해도 집어 들기를 반복했던 3일이었다.


주말이 돼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서야 '이거 혹시 잠수 불합격 통보인가?' 라는 생각이 스쳤다.

하필 그곳이 내가 가장 가고 싶던 기업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잠수 불합격 통보, 말 그대로 불합격자에게는 통보조차 해주지 않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쓰는 단어는 아니다. 내가 만들었을 뿐.

인터넷에서 이런 경우가 많은지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꽤 많은 취준생이 이런 경험을 해오고 있었다.


대체 왜 불합격 통보를 해주지 않는 것일까?

한 설문조사 결과 많은 회사가 불합격 통보하는 것을 불편해한다고 한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불합격 통보를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껄끄러운 정도지만, 그 통보를 기다리는 지원자는 애가 닳아버리기 때문이다.

불합격 통보는 지원자가 미련을 버리고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마침표다.


연락을 기다리는 지원자들은 매시간 커다란 감정을 낭비하고 있다.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내심 기대를 하게되는 것이 취준생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 떨치치 못한 미련이 뒤섞인 긴장 속에서 전전긍긍 회사의 연락을 기다린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커지지만, '혹시 모르잖아'라는 얄팍한 기대감으로 이를 억누른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화가 나기 시작한다.

오래 끌었던 미련의 크기만큼 좌절의 크기도 커진다.

내가 이렇게 불안에 떨며 기다린 시간 동안 다른 합격자는 연락을 받고 다음 전형을 준비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지난 시간이 괜히 억울해진다.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이 있다.

제대로 끝맺지 못하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는 내용이다.

이런 실패는 불합격 통보를 제대로 받은 기억보다 취준생들의 마음에 더 오래 기생하며 그들의 자존감을 갉아먹을 것이다.


불합격 통보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회사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간절한 지원자에게 마침표 찍어주는 것이 그리도 불편하고 어려웠는지.


오늘도 꼭 성공해서 나에게 이런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반드시 후회를 안겨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마음을 다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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