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앞으로 더 잘할게..
"요즘은 어린 학생들 보면 그냥 질투가 난다니까? 쟤들은 나보다 인생을 고칠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
편입을 준비하던 대학 동기 언니가 웃으며 툭하고 던진 말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뭐냐고 같이 웃어넘겼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의미 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생각을 한 후로는 한 해, 한 해가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꺄르르 웃으며 지나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아 내가 지금 저 나이로 돌아가면 그런 선택은 안 했을 텐데'
'그냥 처음부터 방향 잡고 이렇게 시간낭비 안 했을 텐데 쟤네는 앞으로 기회가 창창하겠지'
미련만 가득한 후회를 되뇌며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빛나는 학생들을 부러워한다.
학생 때 선생님들이 너희는 그냥 있는 그대로 예쁘다고 하면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뜻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어리다는 건 가능성이 많다는 것.
후회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한 여유와 시간들이 이제야 아깝게 느껴진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창고 한쪽에 쌓여있는 앨범을 보게 되었다.
낯설디 낯선 어린 시절의 나와 맞닥뜨렸다.
내가 부러워하던 학생들과 같은 시간에 살고 있던 나.
새삼 나도 어릴 때가 있었다는 게 실감 났다.
늘 남의 가능성만을 부러워했는데, 그건 나에게도 똑같이 주어졌던 시간이었다.
그저 그때는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냈을 뿐.
앨범을 계속 넘기다 보니 엄마의 젊은 시절이 보였다.
내 어린 시절만큼이나 낯설었다.
이젠 나이 들어 보여서 사진 찍기 싫다고 하는 말이 그저 하는 말로만 생각했는데,
내 또래의 엄마는 생각보다 더 어리고 예뻤다.
순간적으로 이런 청춘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하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엄마는 내 나이 즈음 나를 낳았는데 나는 취업조차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런 나를 위해 예쁘고 싱그럽던 시절을 포기한 젊고 꿈 많던 엄마가 가여워졌다.
나도 엄마의 시간에 보답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는데.
죄책감과 한심함에 얼룩진 하루가 지나간다.
언젠가 내가 그 시간에 보답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긴 할까.
미안해. 우리 엄마.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