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과 성공_도로주행시험을 4번(사실 6번)만에 겨우 합격하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 우대사항에 '운전가능자'가 꽤 많은 것을 발견했다.
스펙 하나하나가 간절했던 터라 본격적인 취업 준비와 함께 운전면허 준비과정을 시작했다.
그때는 넉넉잡아 기능시험 한 달, 도로 주행 한 달씩 생각하고 있었지만,
늘 그랬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나의 실패가 누군가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길 바라며 실패기를 자세히 쓰기로 했다.)
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 운전연습장에서 연습하고 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
생각보다 실감 나는 시스템에 만족하며 연습했고, 꾸준히 연습한 덕에 기능시험까지는 한 번에 합격했다.
이때까진 '내가 운전에 재능이 있나? 이대로면 도로 주행도 금방 끝낼 수 있을 듯!'이라며 헛된 기대를 했다.
고난은 도로주행부터였다.
시뮬레이션으로 3주 정도 연습해서 코스를 완전히 익힌 후 자신만만하게 첫 번째 시험을 봤다.
결과는 '신호위반' 실격.
시뮬레이션 차와 실제 차의 브레이크 느낌이 너무 달라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여기에 급브레이크 감점을 피하려고 브레이크를 너무 살살 밟은 탓에 정지선을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이날은 실제 차를 타고 도로에 나간 게 처음이었으니 그냥 감 익히는 거로 생각하기로 하고 그리 상처받지는 않았다.
게다가 감독관님이 다른 건 다 잘했으니 다음에는 꼭 붙을 거라고 위로해주셔서 진짜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한 주 더 연습하고 두 번째 시험을 보러 갔다.
결과는 '점수 미달' 불합격.
첫 번째 시험날보다 도로에 차가 많아 차선 바꾸기도 어렵고, 도로 위에 주차된 차를 피하고자 차선을 바꾸다가 안전지대에 정차까지 했다.
시험이 끝난 후 생각해보니 노란 시험차라고 차선 변경 시 배려해주는 운전자도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시험 중에는 그 따뜻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내가 봐도 문제가 많았던 주행이었기에 이날도 억울하진 않았다.
하지만 불안감은 시작됐다.
또다시 한 주동안 추가 연습 후 세 번째 시험을 봤다.
역시나 불합격이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반대쪽 인도에 완전히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가서 실격당했다.
세 번의 시험 중 가장 한심한 실격이었다.
울적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감독관님께 이것저것 여쭤보며 시험장으로 돌아왔다.
여태 쌓여왔던 자괴감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다음엔 붙을 수 있을까? 또 못 붙으면 어쩌지,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까, 그냥 코스 쉬운 곳 가서 볼까?'
사실 나는 수능 직후 면허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합치면 무려 6번째 도로 주행 불합격이었다.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실패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여기 6번 만에 붙은 사람도 있습니다! 다들 기죽지 마세요!!)
이번에 떨어지면 진짜 쉬운 시험장으로 가서 본다는 마음으로 치른 4번째 시험.
속도 유지 과제가 2번이나 나와 느낌이 싸했지만 어찌어찌 도착점까지 도착했다.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기계음이 들려오자 마음이 내려앉았다.
떨어졌을 때보다 붙었을 때 더 울컥했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던가.
이렇게 어렵게 면허를 땄던 나지만 지금은 곧잘(?) 운전을 하고 다닌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 분들 모두 부디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하거나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처음이라 모두 서툰 것이고, 각자의 속도가 있을 뿐이다.
+도로 주행 팁
1. 시험용 노랑 차는 차선 변경 시 다른 차들이 잘 비켜주는 편이다. (택시나 버스, 화물차 등은 잘 안 끼워줌. 일반 운전자들을 공략해보자)
2. 코스를 외울 때 아예 종이에 언제 우회전을 하고 깜빡이를 켜는지, 어디서 차선을 바꿔야하는지 줄글로 적어보면 정리가 더 잘된다.
3. 깜박이는 그냥 최대한 일찍 켜는 것이 좋다. 다른 운전자들이 비켜줄 시간도 벌 수 있고, 괜히 늦게 켰다가 감점당할 수도 있다.
4. 정차 시 기어 중립은 무조건 습관화! 긴장해서 이거 까먹고 감점으로 불합격되는 분들 여럿 봄
5. 우회전은 도로 신호등 빨간색 -> 반드시 일단 정차!! 후 횡단보도 확인 -> 횡단보도에 사람 없으면 서행으로 지나가기(한 사람이라도 횡단보도에 걸쳐있으면 실격)
6. 혹시 경제적 부담이 되면 그냥 면허시험장에서 보기
- 실내 운전연습장 -> 면허시험장 코스 추천! (면허시험장 시험비용이 훨씬 저렴함!!)
- 실제로 면허시험장에서 4번 시험 본 비용이 학원 시험 1번 비용과 비슷함
7. 관련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초보운전, 도로주행 키워드로 검색)
- 시험장 코스주행 영상이 있다면 보면서 어디쯤에서 차선을 바꾸는지는 기억해두는게 좋다.
8. 떨어지면 다시 본다는 마인드로 편하게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