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다?
지친 아이의 표정을 본 적 있나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많이 만난다. 진로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짓는 표정, 태도, 생각 등을 듣고 관찰할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이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다고 하도 떠들어대니 진심 궁금하기도 했었다. 20여 년이 넘는 세대 차이와 수준차가 얼마나 날지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해 여러 방편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준다. 그래서 메타버스, 로봇, 대인관계, 학습, 기업가정신, 다중 지능, 리아섹 등 진로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어쩌면 매일 하는 국영수보다 중요할 수 있는 이 시간에 아이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 이미 지쳐있다. 물론 뭐든 열심히 하는 학생은 이 시간에도 배운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으로 꽉 채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 학기에 몇 시간 주어진 진로 시간이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겠냐마는 공교육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심각한 것이다.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른다. 당장 눈앞에 주어진 숙제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할 뿐이다. 목표는 없다. 하라고 하니 할 뿐이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뿐이다. 쉬는 시간 아이들은 밝다. 재잘재잘 떠드는 것을 보면 그제야 아이들답다. 진로에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늘 슬프다.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은 꿈을 꾼다. 단지 이야기를 안 할 뿐이다.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자신감이 없어서, 내 성적과 맞지 않아서, 내가 잘하는 것과 꿈을 연결 짓지 못해서... 어른들은 왜 꿈이 없냐며 다그치기만 한다.
꿈은 성적에 의해서 좌우된다고만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그렇게 들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직업들이 많기도 하다. 요즘은 미술도 음악도 체육 관련 직업도 모두 성적이 좋아야 할 수 있는 직업들이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모든 학생이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야기만 듣던 학생들을 만나보니, 실제로는 상식이 부족하기도 하고, 사고력이 높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좁은 공부만을 하다 보니 그런 것도 같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 심적 여유도 없어서인듯하다. 멀리 보기보다는 바로 앞에 놓인 공부만 생각하기도 막막하고, 그렇다 보니 하기 싫고 재미가 없다. 한창 밝고 소똥만 굴러가도 웃을 이 나이에 근심이 가득한 지친 얼굴로 앉아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한다.
다시 순수하고 밝은 아이들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어른들의 노력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