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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럽키진 Jan 09. 2023

아이 독에 물 붓는 만큼 채워지고
있는 것일까?

멀리 돌아가는 것이 가장 멀어 보여도 가장 빠르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 그릇의 크기를 키워라'라는 것처럼 아이의 역량을 키우려 해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고, 여유 있게 멀리 보면서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면 된다.



 그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아이의 성향과 좋아하는 것으로 잘 따라가면 되는데, 보통은 그것을 무시하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깨닫고 후회를 하고, 자책을 하고, 아이와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를 많이 만났다.



 부모는 착각을 한다. 자신이 자식을 그래도 제일 잘 알고 있지 않겠냐고.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는 부정적으로 치우쳐 있다. 잘하는 것은 과소평가를 하고, 못 하는 것은 부각해 아주 크게 보는 것이 함정인 듯하다.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아이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데, 부모가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을 많이 보게 된다. 집에서는 발휘되지 못하는 능력들이 눈에 보인다. "아이가 관찰력이 뛰어나고, 조리 있게 설명을 아주 잘해요."라고 말하면 그냥 잘 보이려고 던지는 말이거나, 미심쩍긴 하지만 기분은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얘기하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근거를 함께 말해 주어도 표정은 갸우뚱이다. 아마도 집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기회가 별로 없거나, 하염없이 어리게만 보는 이유도 있겠다. 아이와 함께 공룡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스피노사우루스' 삽화 위에 있는 이름을 보며 말했더니, 아니란다. 스피노사우르는 악어 모양 입인데, 아주 순한 개 입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작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곤조곤 아닌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래서 검색을 해서 아이와 함께 알아보고, 관찰력이 뛰어남을 칭찬해 주었다. 쑥스러운지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다. 그러더니 더 자신감 있게 공룡의 특징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자연관찰 책의 그림 작가가 이런 크나큰 실수를 하다니.. 아이가 훨씬 공룡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이런 실수로 인해서 우린 확실하게 더 배우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했지만, 책 출판 검수가 제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습 관련하여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따라가도 훌륭하다. 물론 큰 틀에서 기준이 있고, 적절하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아이를 무시하고 학습에만 초점을 맞춰서 심한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아이와 부모가 주변에 많다. 처음에는 초등시절에는 부작용이 조금씩 나타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면서 버티다 사달이 난다. 그때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몇 배의 고생을 하면 겨우 돌아올 수는 있겠지만,  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학습 상태를 되돌이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있어도 쉽지 않더라. 그래서 아이 어릴 때, 부모도 공부하고 신중히 생각하면서 아이와 관계를 갖고 학습에 접근해야 한다.



'아이 독에 아무리 부모 마음대로 물을 부어도 구멍이 뚫려 새어 나갈 수도 있고, 깨진 독에 물을 붓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이 독이 너무 작아서 흘러 버려지는 물의 양이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면 진심으로 조언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부모 수양을 하여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키우는 것이 어떨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그러면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고, 관심 있는 것을 함께 할 수 있다. 거기에 학습 관련된 것을 조금 얹으면 된다. 공룡을 좋아하면 공룡으로 한글을 떼면 되고, 수를 익히면 된다. 아이에게 공룡에 관한 이야기나 설명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신나서 해 줄 것이다. 딱딱하게 앉아서 학습지를 푸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란 것을. 공부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하면 된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한다는 것이 아주 즐겁게. 



 아이가 힘들다고 어렵게 꺼내 놓을 때, " 하는 것도 별로 없는데, 뭐가 힘들다고 그래?" 하면서 진심으로 하는 말을 꾀병으로 받아들이거나, 관심과 사랑을 바라고 하는 말인데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아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평소에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것이 필수다. 아이가 담을 수 있는 독에 크기를 키워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이다. 부모의 믿음과 인정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서툴지만 그 노력하는 모습에서 아이도 배울 것이다. 아이들은 완벽한 부모보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노력하면서 함께하는 부모를 더 사랑하니까.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시간을 내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부모인 나의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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