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사춘기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하려면 정말 힘이 든다. 엄마도 처음이라 큰 딸아이의 사춘기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 아이가 호르몬의 변화이든 세상에 불만이 있든.. 부정적인 말과 찌푸린 표정 툭툭거리는 말투 등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상처도 받았다. 아이가 나에게 불만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나름 사랑을 주고 소통이 되었던 자식이라 생각했는데, 그래서 아무리 주위에서 사춘기 아이 힘들다고 얘기를 들었어도"우리 아이는 괜찮겠지" 하며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적으로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지식적인 부분이든.
덜컥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보며 정말 적응이 안 되더라. 학교에서 집에 오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비밀이 많아지고, 최소한 기본으로 생각하는 청결인 양치질도 제때 하지 않으며 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고 화도 났다. 아이가 슬슬 약을 올리는 것처럼 말을 하고, 어떤 얘기든 말만 걸면 툭툭 냉정하게 나오는 말들이 다 상처였다. 혼을 내기도 하고 달래도 보고.. 속상하고 화나는 감정을 억누르며 좋게 대하려고 엄청 노력을 많이 했는데, 당연히 엄마 마음을 알 턱이 없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마음도 몸도 힘들었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으나 막상 아이의 확 달라진 모습을 보면 서운하기도 했다. 독립을 준비하고 스스로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는 꼭 필요한 과정인데... 이런 식으로,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나 안타깝기도 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뭐 하러 열심히 살아야 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적응이 안 되었다. 뭐든 열심히 하고 행복하게 지내던 아이였는데... 아마도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가 보다 하면서 "사는 동안은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하고 물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안 힘들게 재밌게 살고 싶어" 아이의 말을 듣고 ' 맞아.. 사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뭐가 불안했던지 "좋지. 재미있게 사는 거.. 그러나 현실은 재미있게 살려면 일을 해서 돈도 벌어야 하고,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해보고 싶은 것 다 하고 어떻게 하면 잘 살까 고민하며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말을 한 아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계속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냥 아이의 마음만 받아줄걸.. "공부하는 거 많이 힘들구나" 하면서 그냥 안아줄걸... 하루를 점검하며 이런 후회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때 깨달음을 얻으면서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모도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 그에 맞는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생각과 감정이 우선하지 않고 아이의 입장에서 더 생각하고 보듬게 된다. 자식보다 더 오래 살고 많은 경험을 한 어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이와 감정이 좋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고, 그런 일이 생길라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서로 기분과 상태가 괜찮을 때에만 대화를 해야 한다. 아이는 생각과 다르게 말이 나오기도 하므로 그것에 상처받기 시작하면 엄마도 마음이 힘들어지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오래 있게 되므로 집에서도 분리를 하기 위해 아이가 거실에 나와 있으면 난 방으로 들어와서 책을 읽거나 취미 활동을 하였다. 아이의 무표정하거나 뭔가 늘 화나있는 표정과 말투를 접하면 기분이 좋지 않아 아이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꾸 하게 되고 잔소리를 퍼붓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냥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거실에 있어야 할 때는 동생들과의 잦은 다툼으로 자주 개입을 하게 되고, 오히려 독이 될 때가 있어서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그냥 지켜보려고 노력했다. 툭툭거리는 말투가 신경이 쓰일 때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거나 사춘기 관련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아이가 더 힘들겠지. 사춘기를 겪어내며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과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까. 세상을 알아가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괴롭기도 하겠지.
아이를 점차 이해하게 되면서 사춘기 시기 아이가 많이 외롭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잔소리보다는 그냥 안아주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기가 여러 달 지나고 아이는 다시 밝고 활기찬 아이가 되더라.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게 백 마디 말보다 더 효력이 좋았다.
사춘기 시기에는 어린 시절 아이만 떠올렸는데.. 그때는 엄마 엄마 하며 잘 따르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는데 하면서... 사춘기 이전과 이후의 내 아이가 완전 '지킬과 하이드'처럼 두 얼굴을 하고 있으니 적응이 안 될 수밖에.. 그러나 극복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고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다.
계속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 하며 껌딱지처럼 붙어 있으려고만 한다면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도 아이의 사춘기 시기를 잘 견뎌 낸 것 같아 좋다. 지금은 어릴 적보다 더 사이가 좋아졌다.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더 사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