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는 더이상 '플레이어'가 아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LP 관심 장난 아니에요."
LP제작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게 지난 2017년인가 2018년도였다. 그는 젊은 세대가 LP에 아주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1980년대 청춘들의 플레이어가 2021년대 청춘들에게 먹히고 있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다만, 젊은이들의 LP 이용법엔 특이점이 있었다. 어른 세대에게 LP가 음악 듣기용이었다면, 젊은 세대에겐 그 이상의 용도로 역할하고 있었다.
가령, 젊은 세대는 LP를 인테리어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담긴 LP 판을 방에 전시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한 친구는 LP를 감싸고 있는 알록달록 아트웍만큼 멋진 장식품은 없다고 했다. 액자를 거는 것보다 LP를 두는 것이 더 재밌다고도 했다.
인테리어용이기 때문에 턴테이블을 소장하지 않은 친구들도 꽤 있었다. 몇몇 LP숍 가게 직원들도 "플레이어 없는데"라면서 사는 젊은이들이 꽤 있다고 했다.
LP가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만이 소장하고 있다'는 특별함 때문이다. 실제 CD는 많은 물량을 뽑아내지만, LP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한정판 500장, 한정판 371장. 이런 식으로 물량이 적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퍼스트 앨범이 세컨드 앨범보다 가치가 높다. 그러다 보니 '특별함'의 감수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중후반 CD에 밀려 음악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LP는 지금 현재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심지어 그간 없었던 새로운 시장도 생기고 있다. 1년 정기 결제를 하면 매달 책이 나오는 것처럼 LP를 정기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매달 전용 박스에 LP를 발송해주는 LP 정기 구독 서비스도 생겼다. 앞으로 LP의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서울 곳곳에 위치한 LP숍에서 1980년과 2021년이 공존하는 것을 본다. 이번 주 주말엔 얼마 전에 구매한 쳇 베이커와 스팅을 들어야겠다. 최애 음료인 라떼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