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진행하고 있는 글쓰기 챌린지의 마지막 날이다. 또 이렇게 한 달이 다 갔다. 그래도 이 한 달은 열심히 두드렸던 수많은 글들이라도 미세한 흔적으로 웹 세상에서 '영영' 존재할 것을 생각하니 소소한 위안이 되었다.
마지막 날이라, 어떤 주제를 쓸까 고민하다가, Chat GPT에게 임의의 가벼운 주제를 달라고 했다.
"아침의 시작"
오~ 써보지 않았던 주제다. 그리고 써볼 만하다.
하루의 시작
나는 내가 이중인격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나의 '정신'과 나의 '몸뚱아리'는 분명히 다른 인격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계획적으로 아침을 맞이하지 않을 경우, 나의 아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눈 뜨면 일단 점심 이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나를 내가 잘 안다. 작년 5월 퇴사 후, 아침 8시 수영 수업을 등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어렵게 선택한 퇴사, 쉴 만도 하나, 하루 이틀 쉬다가 수많은 오전시간들이 쌓여 허황한 나의 백수생활에 '멋들어진' 한 획을 깊숙이 그어버릴까 봐.
또 다행히 나는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성격이다. 일종의 책임감+승부욕 같은 것이다. 가 볼 수 있을 때까지 가 보고 아니다 싶을 때 뒤돌아서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피곤하긴 하지만 최소한 '존버'하면 죽이든 밥이든 머가 된다는 자신감은 차있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 10개월째 매일 아침 수영을 하며 수영스킬은⬆️ 몸무게는 ⬇️, 일거양득, 일타쌍피 아닌가?
성수동에 산다. 서울숲이 있다. 날이 좋을 땐 수영 끝나면 책을 들고 가서 배고플 때까지 읽는다. 신선생활이 따로 없었다. 날이 추워지면서 야외독서 대신 다양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할 일들을 찾아 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진 지금, 사무실을 계약해 버렸다. 그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여기 공유오피스. 여러모로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많다. 성장을 독려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환영하며 또 직접 운영한다. (지금 이 글쓰기 챌린지도 여기서 운영) 깔끔하고 집중도 잘 된다. (광고 아님 ㅋㅋㅋ)
언미라클 모닝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이 유명하다. 자기 계발 도서를 참 많이 읽는데도 이 책은 아직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대략적인 내용은 안다: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아침의 중요성,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을 짜고, 명상, 운동, 독서 등 해야 한다는 것. 즉 매일 아침 루틴을 만드는 것을 통해 자기 계발과 성공을 이끌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나도 조금은 '미라클'한 아침을 보내고 있군요? ㅎㅎ 근데 더 일찍 일어나고, 할 일 짜고, 명상하고... 나는 이런 경지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도달하고 싶지 않다.(지금까지는)
전에 글에 썼듯이 삶=사는 일이다.(이미 버겁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당연히 다르다. 지금 내가 몸 담고 있는 환경은 '여유'를 스스로 짜내야 한다. 만약 내가 '여유'가 차고 넘치는 환경에 있다면 아마도 미라클 한 모닝 루틴을 책에서 소개한 것보다 더 멋있게 짰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나에게 또 내가 처해있는 환경에는 그런 '여유'가 없다.(아직은)
그래도 좋은 모닝
그래도 좋은 모닝을 만들자. 우리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딱 괜찮은 그런 아침.
아직도 나는 매일 아침 알람 울린 후 5분 동안 자신과 고군분투한다. 비가 왔으니까/감기 걸렸으니까/어제 야근했으니까 오늘만 쉴까? 오늘 아침도 눈이 와서 미끄러울 텐데 쉴까?라고 전전긍긍하다가 일어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수영장에는 매일 사람이 많다. 나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하다가, 물에서 열심히 펄럭이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괴로운 경험을 매일하고 있지만 그래서 또 믿는다. 지금 내가 일어나면, 분명히 후회 없는 훨씬 재미있고 건강하고 유익한 아침을 보내고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경험의 힘)
수영이 아니어도 좋다. 1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서 평소보다 일찍 집문을 나서서 조금은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길로 전철역을 향해 가보고 가는 길에 다른 풍경과 사람도 관찰해 보고요. 전에 글에도 썼지만, 인간은 유전자적으로 '패턴'을 좋아한다고 해요. 그런 무의식적인 루틴을 오히려 새롭고 '나'다운 루틴으로 탄생시켜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