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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익 Aug 15. 2022

‘대만해협 위기’는 ‘한반도 위기’

격동하는 질서, 우리의 전략은?

희뿌연 평화가 깨지고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슬픈 예감이 든다. 대만 이야기다. 얼마 전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아태 지역을 순방하며 대만을 방문했다. 이에 중국은 분개하며 대만을 포위하는 형국의 군사훈련을 전개했고, 20여 년 만에 대만 관계를 다룬 백서를 발표했다. 미국 펠로시 의장은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으나 그렇게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을 뿐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과 함께 할 것이라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중국은 이번 백서에서 '대만과의 완전한 통일은 역사적 숙명'이라 주장하며, 일국양제에 바탕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나 군사적 옵션도 검토한다는 입장에 못을 박았다.




'불침 항모'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대만은 세계 20위 정도의 주요 경제국이면서 세계 최대 물동량 지역인 인도 태평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미중이 각축전을 벌이는 반도체 기술경쟁에 있어 핵심적인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념적으로 중국 시진핑 정권에게 대만 통일은 숙명적 대업이고,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은 권위주의 체제인 중화인민공화국과는 분명히 다른 나라이다. 이런 중첩된 전선에서 대만은 격동하는 국제질서의 전쟁터가 되었다.


과연 중국은 침공을 감행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 미 국방부는 <2020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전함 건조 능력, 재래식 탄도 순항 미사일 규모, 통합 방공망 구축 등에 있어 미군과 비등한 수준 이상으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2021년 대만 국방부가 입법원에 제출한 <2025년 중국의 전면적인 대만 침공에 대응하는 대만군 전력 강화 방안>은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할 역량을 갖췄지만 그에 수반되는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2025년 경이면 그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면적인 침공이 가능할 거라 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7 위험한 시기로 주목한다. 시진핑의  번째 임기가 바로 2027년에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022, 시진핑은 ‘5 임기, 2차례 연임이라는 덩샤오핑 이후 원칙을 깨고, 3연임 장기집권의 길을 밟게 되었다. 시진핑은 스스로를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비견하는 지도자 선상에 올리려 한다. 그런데 그럴려면 마땅한 명분이 필요하다. 그러기엔 현재 그의 성과뚜렷하지 않다. 중국몽을 내세우며 미중 패권경쟁에 이르렀지만, 현재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을 뿐더러, 마오-덩만큼이나 분명한 무언가를 세웠다고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진핑이 장기집권명분으로 ‘대만과의 통일이란 숙원 사업을 개시할  있다는 예측이 있다.


중국군의 대만 봉쇄훈련.


중국 입장에선 미국 등이 개입하기 이전에 '속전속결'로 대만을 점령해야 한다. (정확하겐 2시간 이내로.) 그러나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인접한 미국 및 일본 기지에서 중국군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대만군이 쉽게 항복할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 주목해야 한다. 펠로시 의장 순방 이후 전개된 중국군 훈련 및 미사일 낙하지점은, 일본 EEZ 내에 분명히 걸쳐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만 위기는 일본에게 있어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미일동맹의 발전’과 아베 전 수상이 빌딩한 ‘아태 전략-평화헌법 개정 문제’를 대만위기의 맥락에서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


여기엔 우리나라도 얽혀 있다. 한반도 지정학 구도는 북중동맹과 한미동맹으로 분화되어 있다. 대한민국에 주둔해 있는 주한미군 기지가 대만해협에서 위기 발생 시 후방 물자지원 등에 있어 역할을 맡게 될 것은 당연지사로 보인다. 특히나 중국이 두려워 하는 부분은 주한미군이 물자지원을 넘어, 강군으로 알려진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이 대만에 투입할 경우이다. 그에 따라 중국은 주한미군 기지가 위치한 대한민국 영토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직접 공격을 감행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미군에 혼돈을 주고 발을 묶어두기 위해 북한에 도발을 요청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군도 선제적으로 북한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건 불가피하다. 이렇게 대만해협 위기는 한반도 위기, 제 n차 북핵 위기로 확전 될 수 있다. 미중이 이 대목에 대해 “우리 한반도는 건드리지 말자”라는 타협을 할 수 있으면 좋으나, 그런 이성적이며 낙관적인 검토는 명확하게 구성된 바가 없다.


대한민국 외교적 위기가 중첩되고 있다. 남북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이 모든 관계들이 사슬처럼 얽혀 우리를 옭아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끌려가는 객체’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 대한민국의 경제/안보 역량으로 외교 공간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외교력으로 한반도-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타협의 공간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향하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듯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우리의 레드라인과 가치지향을 명확히 하면서도, 유연한 협상 가능성으로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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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길윤형 외, <미중 경쟁과 대만해협 위기> (갈마바람), 2022.

'Tracking the Fourth Taiwan Stait Crisis' , CSIS,

 https://chinapower.csis.org/tracking-the-fourth-taiwan-strait-crisis/

‘A shockingly possible war: China’s growing military confidence puts Taiwan at risk’ , The Economist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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