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쌈 채소에서 아기 달팽이와 만났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느림보 달팽이!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마침 빈 어항이 있어 녀석을 위해 상추를 깔고 넣어 주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신이 났다.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운 모양이다. 그렇게 우리는 동무가 되었다. 애완으로 달팽이를 키우는 집이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야생 달팽이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도 알았다. 당근을 먹으면 빨강 똥을 싸고 상추를 먹으면 초록 똥을 쌌다. 영양분만 흡수하고 색소가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패각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는 달걀 껍질 같은 걸로 칼슘 보충이 필요하단 것도 처음 아는 일이었다. 달팽이 산호사는 칼슘 보충에 효과적이라는 것도 녀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알아가는 것들이다. 느릿느릿 느림보 친구 덕분에 우리 조금씩 배워간다. 야채를 싫어하던 아이가 마트 야채 코너에서 상추를 사고 알배추를 고른다. 무뚝뚝한 남편이 달팽이 전용 흙은 사오고 칼슘 보충제를 주문한다. 가족 모두가 꼬물대는 생명체를 향해 애정을 더하고 있다. 반려견처럼 재롱을 부리며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교감과 소통을 누리기엔 제 등에 지고 있는 패각도 버거워 보이는 아이, 성장의 속도도 느려서 어지간한 관심으로는 변화를 눈치챌 수 없는 작고 느린 아이지만 녀석은 살아있고 살아내는 과정으로 우리가족의 친구가 되어 준다. 하루하루 묵묵히 걷는 달팽이의 일상이 가족에게 힘을 준다. 녀석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가며 성실한 사랑으로 함께 하리라.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무던한 사랑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