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러 가지 관점에서 시간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아까운 줄도 알게 된다. 아무리 그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내 손에 잡힌 구체적인 무언가는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더욱 이 시간이 간절하고 이 모든 것에 대해 욕심을 내게 된다. 시간이 흐르는 방향대로 자신을 흘러가도록 방치해 두는 것은 이제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흘러가는 시간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괜스레 우울해지는 일도 생긴다. 유난히 게으르게, 그리고 별 것 한 것 없이 흘려보낸 시간 그 자체에 집착하다 보면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죄책감만 늘어간다. 물론 이것이 일종의 반성이 되어 앞으로의 유익한 시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쌓아두기만 한다면 결국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오히려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레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차차 늙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이런 생각은 강해지곤 한다. 나도 나이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크고 작은 변화들을 볼 때 더 그러하다. 부모님이 아플 때, 조금씩 늘어가는 주름을 발견할 때, 예전 사진에 비해 많이 변한 모습을 볼 때 울컥하는 마음이 들곤 하는데, 오히려 그럴수록 슬퍼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말을 떠올린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슬퍼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그 흐름에 맞게 변해가는 것도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 말이 맞는 것이었다.
아직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자꾸만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내가 가진 시간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실감한다. 사람들의 말처럼, 어른이 되어갈수록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 것을 몸소 느낀다. 예전에는 어떤 구체적인 행복의 시간을 찾곤 했다면, 지금은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감정조차도 나의 시간을 채우는 것들이라면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느덧 나는 시간을 무한히 그리워하고, 그 시간에 대한 나의 마음도 갈수록 깊고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