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으깨어지는 여름의 새벽, 사랑과 사람을 끊임없이 떠올린다. 시간은 손에 쥐어진 연필처럼 빙그르르 돌아간다. 주변의 사람들과 사랑들을 생각하는 동안 문득 고마움과 미안함 그 중간의 감정에 빠진다. 그 감정의 크기는 갈수록 커져 가지만, 세상 모든 무거운 것들 중 하나도 짐이 되지 않는 그 무언가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키보드로 정신이 돌아온다. 눈 가득 모니터의 글자를 담는다. 알고 보면 이 모든 사랑과 사람을 담아내는 것을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의외로 다양한 감정을 쉽게 느낀다. 그 찰나의 시간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좀 더 단단해지고 자꾸만 자꾸만 동그래진다. 각자의 마음이란, 이렇게 다듬어지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각자의 마음'에 관심과 애정을 두기 시작했다.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에 나는 너무도 마음이 약했지만, 숨을 죽이고 그 이야기들을 들었다. 낮은 땅 위의 꽃봉오리와 눈을 맞추는 것처럼, 세상을 낮은 자세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십 개의 글들을 쓰면서 보낸 몇십 개의 시간들은 이젠 내겐 너무도 소중해졌다.
나 역시 마음을 키운다. 나에게 있어 글을 쓰는 것은 바로 그 마음을 키워 내는 과정 중 하나다. 글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사람을, 그리고 그 수많은 감정들을,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것들을, 때로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아간다. 이 모든 것들을 좀 더 멋지게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 언어가 한없이 부족하여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