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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몌짱이 Jul 17. 2024

바로 오늘, 어둠을 걷는 모두가



밤은 또 다른 밤을 낳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밤이 길지만은 않다. 가만히 누워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내일의 해가 뜬다. 중요한 것은 잠들지 못했다는 것을 자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오히려 이 밤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묵묵히 당신의 길을 밝힌 것뿐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당신은 수많은 길을 지난 셈이다. 낮에는 바쁜 일상 탓에 미처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중요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피곤함에 당신도 모르게 지쳐 잠들었던 날에는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시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니, 불면의 밤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진심을 다해 바랐던 무언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고, 아무리 공들여 생각하고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하지 않는 짐을 짊어져야만 할 때에는 행복한 삶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조차 의문스럽다. 결국 나의 '소확행'조차 보장되지 않는 삶을 탓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을 때도 있다. 



불면증 또한 마찬가지다. 문득 한 번씩 찾아오는 불면의 밤을 견디어 내는 것은 이따금씩 고문 같았다. 더 이상 상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도 머릿속을 치고 들어오는 나쁜 생각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그 무기력함이 나를 지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더 또렷해지고 몸은 더 경직되어 갔다. 결국 그날 밤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맞이하는 아침은 피곤함 그 자체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 긴 밤을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않는 대로 눈을 감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다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현명하게 부정할 수 있는 나름의 마인드컨트롤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심하게 말똥말똥한 날엔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일기장을 꺼내 짧은 글을 끄적거렸다. 그런 식으로, 잠들지 못하는 시간을 오히려 환영하며 나의 시간으로 채워나가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조금 더 쉽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과 태도를 달리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쓸데없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 같아 화가 날 때도 있다. 나쁜 상황이 애초부터 아예 없었다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임은 분명하니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어떤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할 때도 분명히 있다. 피해 가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존재하며, 그 상황을 겪어나가야 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인 것일 때가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현명하게 지나갈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밝은 면만 존재하는 삶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두운 길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갈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의 밤을 잘 지나갈 수 있을지 나는 아직 모른다. 보통의 날처럼 아무렇지 않게 잠을 청할 수도 있고, 유난히 고민의 무게로 짓눌러진 어둠의 밤 속을 내일 아침이 될 때까지 걸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묵묵히 오늘의 시간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럼 이 밤이 아예 최악의 시간은 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하여 이 시간이 내가 나 자신을 더욱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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