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용서되지 않는 나와, 용서되지 않는 타인이 있을 뿐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떠한 잘못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잘못이 아닐 만큼, 우리는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악의적으로 누군가를 해치거나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한 사람은 그만큼의 처벌을 받게 되어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모든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수로 누구의 발을 밟았다고 해서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무심코 누군가를 흉보거나 비웃는 말을 했다고 해서 벌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유독 나의 잘못에 예민한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괴롭다. 나의 실수로 인해서 스스로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는 물론이고, 나의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되면 나 자신이 굉장히 원망스럽다. 쉽게 미안해하고, 쉽게 반성한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의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피곤한 성격을 지녔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있을까, 내가 상대방을 위해서 조금 더 매사에 신경 써서 행동하고, 최대한 세상에 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나도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 물론 뭔가를 얻기 위해서 반성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행동이 나쁜 행동만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삶 자체가 스스로를 조금씩 용서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늘 옳은 행동, 최고의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실수하고 방황하며 심지어는 남에게 잘못을 하고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삶이다. 결국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그런 모습들을 용서하고 때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내면적으로 붕괴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이해하고 용서한 채 잠에 들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 자신의 잘못에 관대해지는 일은 나에게는 꽤나 어려운 일이다. 삶 자체가 원래 그런 것임을 알면서도, 현재의 나는 왜 이리도 딱딱한 마음을 지녔는지, 나는 나를 앞으로 얼마나 더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오후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