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몌짱이 Aug 21. 2024

여전히, 화분을 돌보는 사람



그들의 파릇파릇한 잎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나무가 되어 마음에 드는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눈을 감고 파랑의 향기를 맡는다. 그런 시간들을 반복하다 보면 화분을 키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꾸미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할 당시에도 화분 몇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직접 씨앗을 심은 레몬나무는 '진짜' 나무가 되어 울산 본가에서 커다란 화분을 껴안고 살고 있다. 부산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도 어느덧 여러 개가 되었는데,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화분들도 있다. 




화분을 사던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것도 추억이다. 처음 얻은 신혼집 앞 꽃집에서 산 선인장, 가야대로 어느 꽃집에서 산 스투키, 뿌리의 흙을 걷어내고 직접 수경재배를 시작한 이름 모를 식물까지,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그것도 작은 역사 같아 웃음을 짓게 된다. 키우는 토끼가 잎을 갉아먹을까 봐 높은 곳에 식물을 옮겨 놓기도 하고, 한 번씩 시원하게 물을 주느라 여기저기 물바다를 만들기도 하는 등 애지중지 식물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덧 결혼한 지도 4년이 다 되어 간다.






식물을 키우는 법을 잘 알지는 못해 비뚤비뚤 제멋대로의 모양으로 자라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꽃을 피우지 않은 채 푸른 잎만 드리우는 화분도 있지만 그것마저 늘 설렘이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꽃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의미이다.



이렇듯 여전히 화분을 돌보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돌보던 화분들처럼 아주 정성스럽게, 그리고 마음을 담아 식물을 키워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키워낸다. 이왕이면 아주 굳건하면서도 아름답게 자라길 바라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