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파릇파릇한 잎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나무가 되어 마음에 드는 자리에 뿌리를 내린다. 눈을 감고 파랑의 향기를 맡는다. 그런 시간들을 반복하다 보면 화분을 키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꾸미면서, 다시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할 당시에도 화분 몇 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직접 씨앗을 심은 레몬나무는 '진짜' 나무가 되어 울산 본가에서 커다란 화분을 껴안고 살고 있다. 부산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도 어느덧 여러 개가 되었는데,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 화분들도 있다.
화분을 사던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것도 추억이다. 처음 얻은 신혼집 앞 꽃집에서 산 선인장, 가야대로 어느 꽃집에서 산 스투키, 뿌리의 흙을 걷어내고 직접 수경재배를 시작한 이름 모를 식물까지,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 그것도 작은 역사 같아 웃음을 짓게 된다. 키우는 토끼가 잎을 갉아먹을까 봐 높은 곳에 식물을 옮겨 놓기도 하고, 한 번씩 시원하게 물을 주느라 여기저기 물바다를 만들기도 하는 등 애지중지 식물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덧 결혼한 지도 4년이 다 되어 간다.
식물을 키우는 법을 잘 알지는 못해 비뚤비뚤 제멋대로의 모양으로 자라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꽃을 피우지 않은 채 푸른 잎만 드리우는 화분도 있지만 그것마저 늘 설렘이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꽃의 시간을 기다려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의미이다.
이렇듯 여전히 화분을 돌보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돌보던 화분들처럼 아주 정성스럽게, 그리고 마음을 담아 식물을 키워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를 키워낸다. 이왕이면 아주 굳건하면서도 아름답게 자라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