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20)
먼 하늘은 스스로 고요하도다
< 登蛾眉山 (등아미산) >
-- “아미산에 올라”
蒼雲浮地面 (창운부지면)
푸른 구름 땅 위에 떠있고
白日轉山腰 (백일전산요)
밝은 해는 산 허리를 돌아간다
萬象歸無極 (만상귀무극)
만상은 무극으로 돌아가니
長空自寂寥 (장공자적요)
먼 하늘은 스스로 고요하도다.
높은 산 위에 오르니 온 세상이 아득하다. 저 속세의 아수라장은 구름 아래 덮여있다. 깊은 계곡으로 들어서니 우뚝한 봉우리가 밝은 해마저도 가려, 마치 태양이 산 중턱을 휘감고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듯 햇살이 들었다 나갔다 반복하고 있다. 문득 이렇듯 다양한 세상의 수많은 형상들이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무극(無極)의 한 가지 원형으로 귀일하는 듯하고, 혹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속에 오묘한 무엇이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불가(佛家)적 사유인 듯도 하다. 그러나 일체의 회의(懷疑)를 초월하듯 저 푸른 하늘은 그저 스스로 고요하기만 하다. 마치 오도송(悟道頌)인 양 참으로 담박하면서도 호연지기를 느끼게 하는 명시다.
.....
**********
도서 출간 협의를 위해 본 시화(詩話)의 컨텐츠를
별도 보관한 베타 버전(Beta Version)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저자의 이메일(solonga2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
..... 한 식민지 지식인의 망중한(忙中閑)을 엿볼 수 있는 명시다.
풍류와 충절을 겸한 인물로
도덕의 으뜸이요, 문학의 종장이라
글씨: 허봉(虛峰) 길재성(吉在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