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돈 좀 빌려줘(2025.02.13)

by skyrunner

어플 중에 에버노트라는 어플이 있다. 노트, 메모, 스크랩등을 할 수 있는 어플인데, 무료이다.

더욱이 네가 좋아하는 모바일과 PC에 동시에 사용가능하며, 모바일 UI나 PC로 사용하는 UI, 인터넷 UI가 모두 마음에 드는 어플이다. 동기화도 무척 잘 된다. 노트북, 회사컴퓨터, 스마트폰, 공용 컴퓨터 등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잘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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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나 정리할 내용들을 이 어플에 했었는데, 사용한 지는 거의 10년이 넘었고, 노트는 1,000여 개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유료화되어서 더 이상 노트 생성이 불가하다. 계속 유료가입을 유도하는 광고가 뜬다. 유료가입을 해볼까 했지만 요금 정책이 좀 과한 듯하다.

가장 저렴한 버전이 1년에 9만 9천 원이다. 10년이면 99만 원... 음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소유한다는 느낌이 아니고 단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좀 비싼 느낌이다. 이런 걸 왜 구독 서비스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구독은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웬만한 서비스를 구독이라 표현하고 있다. 신문, 잡지를 구독하면 내가 소유한다는 느낌이 있는데, 요즘 구독이라 부르는 대부분은 소유보다는 로그인 허용, 이용 시간 조금 더 길게 사용, 저장공간 늘려주기이다. 그래서 난 좀 거부감을 느낀다.

예전말로 하면 유료서비스, 할부서비스라고 할 것도 구독서비스라 표현한다. 서비스상으로는 바뀐 것이 없으면서, 말만 바꾸어 부정적인 느낀 만 줄이려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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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다른 대체 노트 어플을 찾고 있었다. 이것저것 많이 사용해 보고 비교도 해보았다. 원노트를 잠시 사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것이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이고 UI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한번 사용해 보기로 했다. 동기화가 좀 딜레이가 느껴졌다. 좀 더 참고 사용해 볼까 하다가 저장해 놓았던 노트가 사라졌다. 그 후로 사용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만든 솜노트도 사용해 보았다. 디자인도 괜찮고 사용감도 괜찮은데, 뭔지 모르게 에버노트를 대체하기엔 불편한 느낌이 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자주 사용은 안 하게 된다. 노션, 컬러노트 등도 사용해 봤지만, 에버노트를 대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에버노트와 비슷한 UI와 환경을 제공하는 어플을 찾았다. 업노트(Upnot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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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를 사용하던 나에게 가장 적합한 노트인 것 같다. 이것도 무료로 사용하기에는 제한(노트 50개 생성)이 걸려 있다. 유료를 고민하고 있다. 평생 이용료가 44,000원이다.

몇 달째 이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다른 이가 보기엔 이 적은 금액으로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 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적은 비용이어도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 것에 지출을 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금액이 싸기 때문에 샀다가 별 쓸모가 없으면 '싸게 샀기 때문에 괜찮다' 이런 식의 마인드가 잘 안 된다.

나를 위해 이걸 구매하는 것이 맞나? 그 돈으로 아이들한테 장난감이나 먹을 걸 사주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결제를 미루고 미뤘다. 덜컥 결제하고 난 후 혹시 그때 가서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발견되면, 평생 사용한다고 유료 결제했는데, 혹시 보안상의 이슈로 저장된 노트의 정보가 유출된다거나 공개된다면... 그때 가서 사용 못 하게 되면 그 부담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이 친한 선배의 카톡이 왔다.


"OO야~ 나 40만 원만 빌려줘"


처음에 이게 뭘까? 생각했다.

메신저로 피싱하는 건가?

'잘 지내고 있냐? 잘 살고 있냐? 별일 없냐?'

설날이 지나고 처음 연락하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겉치레로 하는 인사성 멘트도 없었다. 그냥 '40만 원만 빌려줘' 였다. 마지막으로 카톡한 것은 작년 추석이었다. 그런데 무작정 40만 원만 빌려달라니...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얼마나 급하면 저렇게 보냈을까? 이 선배와 지내온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대학교 1년 선배이지만, 군대를 제대한 후 같은 시기에 복학해서 동기처럼 친하게 같이 붙어 다녔다. 같은 과에 같은 동아리여서 거의 대부분 같은 시간을 보냈고, 20대 젊은 대학 시절을 같이 보냈다. 취업 문제나 장래 문제, 이성 문제들을 서로 털어놓기도 하고 또 들어주기도 했다. 졸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계속 친하게 지냈던 선배이다. 이 선배 덕분에 작은 벤처에서 현재 회사로 이직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선배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각자 결혼을 하고, 나는 아이들 2명을 낳고 키우며 만나는 횟수가 조금 뜸해졌다. 만나는 횟수가 뜸해지다가 연락하는 횟수가 조금씩 줄었고, 코로나 이후로 1년에 한 번도 만나기 힘들었다.


그런데 앞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40만 원을 보내라니...

전에도 30만 원을 보낸 적이 있다. 물론 그때도 빌려 달라고 했지만, 어차피 돌려받지 못할 거란 걸 알았고, 돌려받을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농담으로 '내 아들 장가가기 전까지는 갚아요' 하고 송금해 줬었다.

그래도 그때는 여차저차해서 돈이 좀 부족하고, 급하게 필요하다 이런 설명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카톡 단 한 줄이다.


한편으로는 '선배 입장에서 나보다 더 친한 사람도 많은데,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부탁하다가 결국 후배인 나한테까지 연락을 하게 된 건 아닐까? 시시콜콜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말하기 싫어서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카톡으로 '무슨 일 때문에 그러냐고 물어볼까?'

'돈 좀 빌려달라는 사람이 돈 부족으로 생긴 일이지 다른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시시콜콜 사연 들어보고 괜찮으면 빌려주고, 아니면 안 빌려 준다고 할 건가 싶기도 했다.

카톡을 받고 이래 저래 생각을 하다 보니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카톡에 읽음 표시는 되었을 텐데, 아무런 답도 없으니 돈 빌리러 다니는 사람의 마음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차피 돌려받지 못할 돈 40만 원은 나에게도 상당히 부담된다. 4만 원짜리 하나 구매하는 것도 몇 달째 고민하고 결제를 못하고 있는데...

카톡을 받은 지 2시간이 지났다. 지금에서야 연락해서 '뭔 일 있냐고 묻기도 그랬다'

설날이 끝나고, 월급날도 앞두고 있어서 나도 수중에 여유가 없다.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내가 그냥 줄 수 있는 범위에서 카톡을 통해서 송금을 해줬다.

혹시 피싱이 아닐까 다시 한번 수신자 이름도 정확히 확인했다. 나와 친한 선배가 분명하다.


송금을 하고 나니 바로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는데, 덕분에 조금 도움이 되었다'라든가

'언제까지 쓰고 돌려준다라는 가' 그런 말은 없었다.


그런데, 잠시 후 또다시 카톡이 왔다.

"너도 여유는 없구나, 근데 나 카톡 통장 압류 당했는데 거기로 보냈구나.

몇 년 전에 압류당했는데 안 쓰는 통장이라 안 풀었거든, 몇 개월 후에 압류 풀고 찾으마"

"압류라니...?"

"그 계좌 사용 안 하고 있었거든"

"ㅡㅡ"


그 이상의 설명이나 연락은 없었다.

선배도 회사 다니고 있고 회사가 지방에 있어 몇 년 전 지방으로 이사 갔다는 건 알았는데, 다른 어떤 사정으로 통장까지 압류당했는지 알지 못했다.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을 하고 도움을 주었다. 나 혼자만 선배가 매우 절박한 게 아닐까? 선배는 그냥 되면 빌려주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카톡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으론 홀가분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여러 생각해서 보내준 그 돈을 선배는 어디에 사용했는지 모르게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여러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면, 누구한테 부탁을 했는지, 안 했는지. 누가 거절을 했는지 도와줬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보내줬다는 사실도 나중에는 잊어버릴지 모른다.

송금한 돈이 압류 통장으로 들어갔으니, 그 돈을 찾지 못해서 좀 어렵다던가, 돈 빌릴 다른 이를 찾아봐야겠다는 절박감 같은 것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더 이상의 카톡은 없었다.


아직도 무엇이 더 그 선배를 위한 행동이었는지 모르겠다. 시시콜콜 묻어보고 사정을 알고 나서 송금을 해줬어야 그 선배를 위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고, 일단 송금하는 게 상대를 위한 배려 있는 행동이었지...


돈 문제는 항상 어렵다.

다음 달에는 내가 눈여겨본 4만 원짜리 업노트 어플을 결제해서 사용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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