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가 하나인 것처럼 더 이상의 계산도, 밀땅도 필요하지 않고 늘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나에게 그녀의 소식을 묻고, 그녀에게 나의 소식을 묻고, 서로를 배려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같이 그려나가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그런 사랑.
구름 위를 둥둥 뜬 것 같은 기분. 함께 있는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이대로 이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었다. 사랑의 열정기...
그랬다. 그랬던 적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녀의 생각이 나고, 오늘 그녀는 무얼 하는지 궁금하고, 나는 무얼 해야 하는지? 우리 같이 무얼 할 것인지?
온통 그녀 생각으로만 가득가득했던 날이 있었다.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은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헤어스타일은 어떤지?
만남을 약속하고, 멀리에서도 그녀를 알아볼 수 있고, 주변의 것들은 흐릿하게 보이고 그녀만이 또렷해 보이는 느낌.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전화기가 뜨끈뜨끈 해질 때까지 통화를 해도 계속 이야기하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 싶고, 계속 계속 같이 있고만 싶은...
오늘도, 내일도, 몇 년 후에도, 가까운 미래에도, 먼 미래에도, 그 먼 미래가 완전히 끝난 후에도 우리는 늘 함께 할 것이며,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나날들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했던 시절. 오늘 우리들의 사랑은 영원할 테고, 내일이면 우리들의 사랑은 더 커져갈 것이며, 그 마음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거다. 추호도 의심이 없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시기는 언제일까?
아마 회사가 나를 인정하고, 나의 뜻대로 움직여 줄 때? 나의 기획안이 착착 진행될 때? 내가 봐온 봐로는 인사를 마음대로 할 때인 듯하다.
회사에 있어서 인사가 만사인데, 이 인사를 본인의 뜻대로 할 수 있는 때가 이 회사와 사랑이 활활 타오르는 열정 기이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강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회사에서 내가 기획한 대로 모든 일들이 진행되고 막힘이 없다. 서로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청사진을 그려 간다. 조직 구성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그 권한이 막강한 만큼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인사란 원래 발표되고 나면 늘 불평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차피 사랑은 눈에 콩깍지가 씐다 하지 않았던가? 주위의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고, 상대방 외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나쁜 말이나, 진심 어린 충고를 들어도 절대 들리지 않는다. 남자가 보는 남자로 정말 바람둥이에 적당히 만나다가 헤어지고, 다른 여자를 찾는 녀석에게 빠진 여자는 알지 못하고, 여자가 보기에 정말 여우로 남자를 홀리고, 허영심에 가득 찬 그녀를 사내 녀석들은 좋다고 침을 질질 흘린다.
콩깍지가 씌었든, 색안경을 썼든, 한번 정해진 방향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진심 어린 충고는 괜한 험담이나 질투라 생각하고, 사실을 얘기해줘도 믿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그 콩깍지가 스스로 벗겨지기 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좋았던 순간들, 그렇게 좋았던 시간들, 기억들, 그렇게 아름다웠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