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kyrunner Apr 13. 2024

3.3 열정도 사랑도 식어가는 3년차

성장과 변화가 필요한 시간

익숙해짐이라 해야 할까 3년차이면 이미 오래된 연인이 되었다. 1년에 1~2번 만나고 사랑을 지켜가는 군대 생활이라던가, 멀리 해외에 떨어져 있어서 자주 못 보는 사이는 예외라 하더라도 3년을 만났다면 적어도 200 ~ 300번 넘게 만났다. 아직도 그(그녀)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가? 쳐다만 보고 심쿵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아직까지 사랑의 설렘이라기보다 아마 심장병이 있는 것 같다. 3년을 만난 지금도 손잡고 거리를 거닐면 온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지고, 세상이 핑크빛으로 아름답게만 보이는가? 그런 일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나 주위의 친구들을 보아도 3년 이상을 만나고도 가슴이 설레는 경우는 없었다. 당신의 연인이 아직도 바라만 보아도, 손만 잡아도 가슴이 쿵쾅 거린다 하는 것은 허세를 부리거나, 괜히 잘 보이기 위해 입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이다. 3년을 만났으면 이제 익숙하리만큼 익숙해 졌다. 이제 그 사람에 대해서 이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 사람의 단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습관도 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 지도 알고, 차츰 익숙해져서 그녀를 하루 안 보거나 연락하지 않고도,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대충은 안다. 이제는 꼭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익숙해져서 만나는 것 같기도 하다. 딱히 다른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도, 조금은 귀찮게 느껴진다. 나의 단점이나, 나를 알아서 이해해주는 것들도 익숙해졌다. 고쳐지지 않는 습관에 대한 잔소리도 이제는 그저 알았다며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다. 아무리 협박을 해도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서로에 대한 믿음도 많이 쌓였다.

이젠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도 알 수 있고, 멀리서 걸음걸이만 보아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알아 가는 시간이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었다.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개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마음은 뭔가 불쾌한 것을 겪으면 그것을 제거하려고 집착하고, 뭔가 즐거운 것을 경험하면 그 즐거움을 지속하고 배가하려고 집착한다. 그러므로 마음은 늘 불만스럽고 평안에 들지 못한다. 이 사실은 우리가 고통 같은 불쾌한 경험을 할 때 매우 분명해진다. 고통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불만스럽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운 일을 경험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즐거움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거나 더 커지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를 몇 년씩 꿈꾸지만, 실제로 찾았을 때 만족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상대가 떠날까 봐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있었는데 너무 값싸게 안주했다고 느낀다.」 
사피엔스 – 유발하라리 (김영사. 320)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입사 각오, 마음다짐들을 기억하는가?

입사 3년 정도 지나면서 나의 열정에 회사가 제대로 보답을 해주는 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무엇인가 나만 마냥 주는 느낌,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그리 대단할 것 없는 회사에 내가 너무 헐값에, 지금 시대적 상황이 어려워서, 떠밀려서 도매 급으로 팔려온 것 같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입사만 한다면 '이 한 몸 다 바쳐서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불타는 열정은 사거라 든 지 이미 오래다. 3년차라면 회사에서 자기 업무의 80%로는 집중력 높이지 않고, 그 전에 해왔던 방식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나머지 20%정도의 새로운 일이나 집중을 요하는 때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20%의 일은 처리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일들이다.

IT 업종에서는 3년차 프로그래머가 최고로 인기가 높다. 웬만한 프로그래밍 문제해결를 해 낼 수 있으며, 연봉도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가장 좋을 때이다. 그동안 경험으로 어느 회사를 가도 80%의 일은 무난하게 해낼 수 있다. 그래서 3년차에 이직을 하는 사람이 제일 많다. 나 역시도 3년 차 때에 이직을 했다.

연인사이도 3년차이면 그(그녀)에 대해서는 80%는 알고 있다. 나머지 20%를 더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굳이 모른다고 해서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영역은 그냥 그(그녀) 자신도 모르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도 된다. 나도 내 자신을 100%로 알지 못하는 데, 남을 80% 알 수 있다면 대단한 일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연애, 회사 생활을 위해서는 나머지 20%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열정이 식어가는 3년차부터 다른 곳에 눈길을 돌려 첫 만남의 설렘을 위해 다른 연인을 찾고 다른 회사를 찾는 다면 처음에는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과 즐거움이 있겠지만, 역시 3년차가 되었을 때는 또다시 전에 느꼈던 감정, 행동양식의 반복이 될 뿐이다.     

처음과 같은 호기심, 설렘, 기대가 없다 하더라도 나머지 20%를 알아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마도 나머지 20%를 알아가는 것은 10년, 20년이 지나도 평생이 걸려도 다 못 채울 수 있다.     

처음 80%는 서로 알려주며 알아가길 바랬다면, 나머지 20%는 오히려 숨기려 할지 모른다.      

나에 대해 80% 아는 사람. 나를 그만큼 알려주고 보여줬던 사람은 여러 명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 나에 대해 90% 이상을 보여주고 알려줬던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영역일지 모른다. 그런데도 알고 있다면 쉽게 이별하지 않을 정말 특별한 연인 사이가 되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나머지 영역은 어쩌면 어릴 적 기억 속에 숨어 있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이 아니라 부모, 형제, 가족들의 숨기고 싶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 운전 중 차안에서 듣던 라디오에서 이런 멘트가 흘러 나왔다.     

“마음의 상처는 기억에 새겨진 아픔이다.”     

열정이 식어가는 시기에 이제 뜨거운 사랑보다는 그 너머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찾아봐야 할 시기인 것이다.           

회사에서도 3년차까지는 열정적인 업무로 빠르게 80%정도를 알려주었으나, 이제 그 너머의 회사 상황을 알아야 할 시기인 것이다.           

일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줄만 알았다.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노력부족이라 생각해서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회사에서 너무 열심히 일만 했기 때문이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또 다른 일을 불러들인다.(일콜일) 안타깝게도 일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오히려 평가는 더 안 좋아 진다. 일이 많아지면 디테일이 떨어 질 수밖에 없고, 빨리 빨리 많은 일을 처리하다보면 실수도 생기게 마련이다. 사내에서의 평가는 잘한 일에는 당연히 여기고, 못 한일만을 기억한다. 흔히들 성공하려면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내에서 남들과 다르게 하는 방법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남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는 방법이었다. 3년차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회사에 열정적으로 일할 것이 아니라 사내정치가 필요하다. 회사의 경영과 운영 뒤에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자리 잡은 사내정치가 있다. 내가 20년을 일하고서 느낀 것은 일을 잘하는 것 보다는 사내정치의 중심 라인에 들어가는 것이 회사에서의 성공의 지름길 이였다.      

중국의 꽌시, 일본의 혼네, 한국의 인맥 문화라 하겠다.      

관계를 좋게 하는 것, 진짜 속마음은 숨기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 상대에게 아부나 짜웅하는 것은 일 자체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상사 또는 권력자와의 관계를 좋게 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중국의 꽌시(관계)나 일본의 혼네(속내), 한국의 인맥(인간 네트워크) 모두 자기 자신 스스로 가면을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가면을 쓰고 누군가 대하지도 그렇다고 권력과 짜웅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사내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3년차가 넘어가는 사랑이라면,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년차가 넘어가는 회사원이라면 이제부터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 회사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이는 디테일에 관심을 더 기울어야 할 시간 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정말 글을 올릴 수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