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턴 제도를 그다지 좋은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정직원으로 뽑지 않고 인턴으로 적당히 부려먹는 것이다. 인턴은 보통 1년 정도나 그 이하로 일한다. 그래서 언젠가 떠난다는 생각을 회사와 인턴 직원 모두 하고 있는 것이다. 헤어질 것을 알고 만나는 경우,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희망이 없는 상태다. 정직원으로 뽑아도 수습 기간을 두는데, 굳이 인턴으로 뽑아서 근무를 시킨다. 그리고 채용하지 않는 것은 회사의 이기주의다. 또 현재 사회가 순전히 실업률 통계를 좀 낮춰 보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인턴으로 근무한 직원을 정직원으로 뽑는다면 좋은 제도이다. 회사와 인턴으로 근무하는 직원 모두에게 좋은 제도이다. 인턴 직원은 그 회사 분위기를 미리 파악할 수 있고, 회사도 그 직원의 사회성, 인간성, 성실함 등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불과 10여 년 전) 인턴이란 말은 의료분야에서만 사용했었다. 일반 회사에서 인턴이란 말을 사용한 기억은 없었다, 전공의가 되기 전에 실무를 경험하는 초년생 의사들 일컫는 말이었다. 병원 혹은 의학 드라마에서나 들었던 말이다.
지금도 인터넷에 ‘인턴’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인턴 ‘전문의가 되기 위해 거치는 수련의 과정 가운데 첫 1년 동안의 의사를 이르는 말.’ <두산백과>
지금은 평범한 회사에서도 인턴을 채용한다. 회사에서 인턴을 채용하여 좋은 점은 인턴은 일반 아르바이트나 1년 계약직보다 좀 더 성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인턴은 정직원으로 전환을 꿈꾸고 있어서 업무에서 좀 더 적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상반되는 두 인턴 직원 사례가 있었다.
첫 번째 인턴 직원은 어쩔 수 없이 지원해서 왔지만, 이 회사 인턴으로 일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유형이었다. 그 인턴 직원은 어차피 자신이 회사에서 소모만 되고 채용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업무는 뒷전이고 매번 타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내고, 면접 보러 다니기에 바빴다. 1주일에 2~3번 면접 보러 가는 일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현명하단 생각도 들었다. 그 당시 우리 회사는 위탁 또는 통폐합한다는 소문으로 끊임없이 나돌던 때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인턴 직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그 회사가 오히려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에 충실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더 좋은 곳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좋은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인턴을 지원해서 왔다면, 그 임무에도 충실하여야 한다. 회사에는 늘 일이 있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최고 직급인 회장, 대표이사에서부터 말단 직원, 인턴 직원,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두 일이 있다. 아무리 인턴 직원 혹은 아르바이트생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다른 곳도 알아보길 바란다. 이것은 현명함과는 다른 문제이다. 이것은 태도의 문제이다. 현재 주어진 일에 충실한 사람은 어디에 가서도 그렇게 한다. 좋은 회사에서는 충실히 하고, 나쁜 회사라고 충실히 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중적이지 않은가? 마치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 그 회사가 좋고 나쁨에 대한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게 행동하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두 번째 인턴 직원은 너무 열심히 하다가 정직원으로 다시 입사한 사례이다. 인턴 직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성실히 일했던 직원이 있었다. 인턴 기간이 끝나고, 다른 인턴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고용이 되지 않았다. 우리 기관의 특성상 공개 채용을 했기에, 인턴 직원을 정직원으로 전환해 채용할 수가 없었다. 그 인턴 직원은 새로이 서류전형과 시험을 봐서 정직원으로 들어왔다. 서류전형과 시험을 통과한 후 면접을 볼 때 우리는 이미 그 인턴 직원의 이름이며, 안면도 익숙해 있었고, 그동안의 근무 성적 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인턴 직원은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시켰다. 인턴 직원일 때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정직원이 되어서도 열심히 하리라는 신뢰가 있었다.
입사를 위한 면접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사 당락을 결정하는 99% 이상이 면접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면접에서 바로통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턴이다. 앞서 면접은 소개팅이라고 했다. 어색한 기운이 감돌고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은 허세를 부려가며 좋은 직원, 좋은 회사가 되고 싶은 게 면접이다. 그에 비해 인턴은 요즘 신세대들이 추구하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이다.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어지다 보면, 그 사람의 다양한 면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젊은 시절에는 첫눈에 반한다거나, 단 한 번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기서 젊은 시절은 결혼을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하고, 연애만 할 수 있는 나이를 말한다. 그러나 나이가 점차 먹어가면서 ‘지금 만남을 시작하면 결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쌓인다. 한 번의 가벼운 만남으로 시작하기 힘들어진다. 첫눈에 반한다거나, 한 번 보고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기 어렵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남자도 여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람을 좀 자세히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기도 하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지인이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도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인턴으로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업무 스타일이나, 일 처리 능력, 태도 등을 알게 된다. 그래서 단순히 서류전형을 하고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보고 뽑는 직원보다 신뢰하게 된다. 회사도 새로 직원을 뽑을 때 위험 부담을 느낀다. 제대로 된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자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서류를 걸러내고, 시험에서 성적순으로 떨어뜨리고 면접을 보아도 그 사람이 생활하면서 나타나는 특성이나 대인관계, 태도 등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기회가 된다면 인턴 생활을 한 번쯤은 해보길 바란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서 또는 비슷한 계열에서 해보길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가 벤처인지, 중소기업인지, 대기업인지, 공공기관인지 또는 무역회사, 출판회사, 행정 회사, 영업회사 등 업무의 특징보다 회사의 특징을 보고 인턴업무를 해보길 바란다. 인턴으로 업무는 보통 허드렛일이 많게 된다. 짧은 인턴의 경험으로 업무를 배우기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업무는 정직원이 되어서 배워도 충분하다. 인턴 직원이 배워야 할 것은 허드렛일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그 계열 회사생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배우길 바란다. 자연스러운 만남 이후 좋은 평판을 쌓는다면, 추후 정직원 면접 기회가 생길 때 보너스 점수를 두둑이 챙길 수 있다.
나는 두 인턴에 대한 극과 극 사례를 들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더 좋은 곳만 물색하는 유형과 현재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유형. 물론 대부분의 인턴직원들은 성실히 인턴 생활을 하다가 인턴이 끝나면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나갔다. 인턴 생활만 하다가 채용되지 못하고 떠나간 대부분 인재가 놓치기 아쉬운 인재들도 많았다. 하지만 기회는 어디에서 어떻게 올지 모르니, 늘 최선을 다해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시작한 인턴 생활이라면, 하는 데까지 최대한 열심히 하자.
어차피 시작한 연애라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사랑하자.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중간에 누구의 마음이 먼저 변할지, 아니면 시대적 상황이 그냥 그렇게 흘러갈지.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