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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runner May 16. 2022

1.8 이상형과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첫 만남 입사하기]

이상형과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첫 회사는 첫사랑과 같다. 그래서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고 첫 장에 얘기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상형과 결혼하는 사람도 없다. 이 역시 100%는 아니겠지만 나처럼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은 그렇다.


나의 이상형은 전지현이었다. “엽기적인 그녀”에 나왔던 전지현(직녀). 긴 생머리에 예쁘고, 청순한 얼굴, 쭉쭉 뻗은 몸매까지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었다. 너무 겉모습만 보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이상형은 전지현이다. 

그러나, 예쁘장한 외모에 성격이 더해진 전지현(직녀)의 모습은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예쁜 외모만 보고 내가 나의 이상형(직녀)과 결혼까지 했다면 오히려 더 끔찍했을 것이다. 물론 내 상상이고, 영화의 캐릭터 이야기라 그렇겠지만, 그 사람이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는 살아보기 전에는 알기 힘들다. 아무리 연애를 길게 하고, 서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부모님, 주변인들을 만나보고 해도, 그 사람의 또 다른 모습을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나 역시 나의 오랜 연인이 내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의 모습을 잘 모르면서...

겉모습만 보고 결혼했다가 성격차이로 헤어지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회사도 그렇다. 이상적인 회사에 당신이 취직할 가능성은 지극히 드물다. 남들이 보기에는 잉꼬부부로 보여도 그 내막은 알 수 없듯, 그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최고의 직장으로 보여도 막상 들어가 보면 수많은 현상들이 벌어진다. 내가 전지현의 겉모습만 보고서 이상형이라고 말한 것이 너무 단순하다 생각했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당신 역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당신은 첫 출근을 하기 전까지 회사의 겉모습만 볼 수밖에 없다. 당신이 원하는 이상형의 회사는 당신이 그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그 회사에 나온 취업정보나, 복지, 연봉 수준, 주변에서 익히 들은 평판들은 있지만 직접 겪어보진 못했다. 우리들의 이상형으로 다음과 같은 회사들을 뽑는다. 외국계 회사,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 대기업, 유명한 벤처기업. 그 외에 연봉을 많이 주는 기업, 직원들에게 최대의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 일 안 하고 놀아도 월급 많이 주는 회사(구글처럼?) 등등이다.  


회사에는 여러 부서가 있다. 당신은 그 여러 부서 중에 하나에 소속되어 일하게 될 텐데, 회사 내에서도 부서 간의 업무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같은 회사라 소속되어 있는 부서에 따라, 그 부서장의 성격에 따라, 또는 그 부서 구성원의 성격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부서 사람들과 일을 한다고 해도, 일을 하는 상황은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부서장, 부서원들과 너무 좋은 분위기라 해도, 실적이나 업무처리 때문에 부서 전체가 그 윗 상사에게 호된 질책을 받고 나면, 그 좋았던 분위기를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는 직접 겪어봐야 안다.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은 경험치가 다르다. 그냥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단순한 문제로 변해 버리기도 한다. 반대로 나에게는 정말 사소한 문제가 누군가에겐 커다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나는 겪어보지 않은 그 이야기를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예로 SNS라든지, 블로그 또는 직접 들어 알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고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그 실체를 알지 못하는 나의 이상형은 현실에 존재한다 해도 내가 만날 수 없는, 환상 세계속에 있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당신이 좋아하는 그(그녀)는 멋지지(예쁘지)가 않다. 멋지면(예쁘면) 성격이 안 좋다. 멋지고(예쁘고) 성격이 좋은 그(그녀)는 머리가 나쁘다. 멋지고(예쁘고) 성격 좋고, 머리가 좋은 그(그녀)는 생활력이 약하다. 멋지고(예쁘고), 성격 좋고, 머리 좋고, 생활력 강한 그(그녀)는 주위에 여자(남자)가 많다. 예쁘고, 성격 좋고, 머리 좋고, 생활력 강하고, 주위에 여자(남자)도 많지 않은 그(그녀)는 이미 애인이 있다. 그런 사람이 애인이 없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도 비슷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업무량이 많다. 업무량이 적으면 못된 상사를 만난다. 업무량이 적고, 상사도 괜찮으면, 복지가 형편없다. 업무량이 적고, 상사도 괜찮고, 복지도 좋으면, 내 월급이 적다. 업무량도 적고, 상사도 괜찮고, 복지도 좋고, 월급도 많으면, 그 회사에 내가 입사하기 어렵다. 결국 나는 그 회사와 인연이 되기 어렵다.

     

결혼 전 단점을 찾는 것이 똑똑함이고, 결혼 후 찾은 단점에 눈 감는 것이 지혜로움이다.
<유머 사용설명서 – 저자: 김달국, 출판사: 새로운제안>     


그 이상형과 살아보지 않고서는 정말 행복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이상형과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지금 만나는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더 좋은 사람도 있고, 만날 수도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더 좋은 회사도 있다. 물론 더 좋은 곳에 취업할 수도 있다. 더 좋은 곳인지 잘 찾고, 많이 알아보고, 확인해보고 취업 또는 이직을 하기 바란다. 하지만 늘 더 높은 곳에 이상만을 바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늘 자신이 겪고, 실제 경험해본 것만이 가장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남들이 경험한 것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이 아니기에 잘 알지 못하고, 심증으로만 그러려니 한다. 남자의 경험으로 내가 겪어본 군대생활이 가장 힘들고, 내가 다니는 회사가 가장 아이러니한 조직이었다.

      

연애도 회사도 이상형을 만나려고 하지 마라! 

회사생활은 급여, 인간관계, 주어진 업무,

이 것들 중 하나만 마음에 든다면 나머지는 적정 수준에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회사생활이 만족스러우면서, 상하 또는 동료, 새로운 직원들과 인간관계도 돈독하고, 급여 수준은 높은데, 주어진 업무의 양은 적은 그런 회사가 있다면 나도 좀 소개해주기 바란다. 그런 꿈같은 회사는 늘 TV에서만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 친구나, 친구의 친구도 그런 회사를 다닌다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다. 끼리끼리 모여서 일까...? 아니면 애초에 그런 유토피아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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