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세계, 다시 시작합니다.
"전 후보생 복명복창, 훈련 끝."
훈련 끝!! 드디어 기다려왔던 날이 밝았습니다. 아직도 훈련 끝을 외치던 순간이 잊히지 않습니다. 훈련을 마친 장병들의 마음이 다 똑같겠지만, 모든 것이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중간 이상의 성적으로 훈련을 마무리했고, 꽤 만족스럽습니다. 처음엔 1km, 2km를 그냥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느새 총기를 메고 웃으며 4.5km를 뛰고 있었습니다. 훈련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입대 전에 군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재미없고 지루했는지를 떠올려본다면, 이만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3개월이 흘러 훈련은 끝났지만, 저는 여전히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직업, 환경, 사람,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서 나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갈 파도를 기다리는 모래가 된 기분입니다. 저는 이럴 때 잠깐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곤 합니다. 작년 한 해를 시작했던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앞에 놓인 길은 가리워져 있었고, 외로움만이 안개처럼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냥 주어진 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브런치 작가로 등록되어 소설 한 편을 완성했고, 공군 장교 모집 시험에 합격하여 군사훈련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이 시간을 거슬러 제게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위로를 건넵니다. 여전히 파도가 다가오고 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사장에 글을 적어봅니다. 두려움과 불안 또한 아직 삶에 미숙하기에 누릴 수 있는 감정이니 감사하자. 모래에 새긴 다짐으로 저 넓은 바다를 이겨낸다는 게 우습지만, 그렇게 내가 나를 토닥이면서 다시 나아갑니다.
이번 1월호에도 새로운 도전이 담겨 있습니다. 바로 '초단편소설'과 '연작'입니다. 첫 소설을 완성한 후로 소설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다시 소설 속 인물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었고, 괜찮은 아이디어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글로 쓰다 보니 만족스럽지 않았고, 아직 저의 문장력이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펼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 낸 방식이 바로 '초단편소설'과 '연작'입니다.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 보고, 이야기의 부피를 줄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글을 매듭짓는 연습을 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강아름의 글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함께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의 끝자락, 저는 또다시 도착점이자 출발점에 서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삶의 모든 순간이 끝이자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에서의 설렘과 불안, 과정에서의 행복과 불행, 결과에서의 실패와 깨달음이 삶의 시간과 공간을 멋지게 채워 나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공군 소위로서, 상담 장교로서, 새로운 일을 배우고 적응하느라 왕성한 활동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매달 꾸준히 아름세계를 발간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전히 월간지 아름세계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글로 표현해 보고 싶은 작가님들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ㅣ오늘의 사진ㅣ
외로움
지금은 연락이 되지 않는 그녀. 처음 다시 만났던 그날을 아직도 추억한다. 안개 낀 부다페스트의 겨울. 쓸쓸함을 입고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자세의 문제였을 것이다. 왜 신체 균형이 무너질 정도로 경직되었던 걸까? 하루 종일 불안하고 답답한데 털어놓지 못하고,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이를 감추려 애써서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실패와 자책, 성찰과 깨달음을 끔찍하게 반복하게 된 것은 꿈을 꾸게 된 순간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인위적인 우연 1 / 강아름
외로움 3부작. 덩그러니 놓인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후암동 의상실. 세월만큼 쌓인 고뇌와 고독.
통영의 풍경은 참 아름답다. 높고 낮은 빌딩들 사이에 조화롭게 솟아있는 목욕탕 굴뚝들. 그것들을 끌어안는 아늑한 연안. 여전히 바삐 움직이는 시장의 상인들과 행복한 여행객들의 들뜬 걸음. 고즈넉한 충렬사의 동백나무에서 들려오는 새의 노래에 젖고, 울음에 잠긴다.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아 나는 이 아침 울 듯 울 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춥게 입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에서 캐리어를 달달달 끌고 다니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통영 가는 버스 / 강아름
강원도 고성군 죽도. 사라질 길에 남겨진 한 사람을 보며 나의 마지막을 생각했다. 사천 남일대 해수욕장. 소박한 해변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이 나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도 느껴봤어. 정상만 바라보며 열심히 등산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나서 모든 게 멈춰진 기분이랄까. 좀 절망하고, 멍하니 하늘도 보고, 땅을 치며 울고 나니까, 낭떠러지 옆에 난 길이 보이더라. 그래서 난 낭떠러지가 나타나면 뒤를 돌아봐. 앞을 보면 까마득한 어둠으로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지만, 뒤를 보면 지금까지 올라온 길이 보이잖아. 그러면, 마음이 많이 안정되더라고. 너는 뒤를 돌아보고 안정을 취하려는 자신을 스스로 용납하기 어렵겠지만, 지금은 쉬어야 해. 당장은 낭떠러지가 너무 무섭기 때문에, 옆에 난 길까지는 안 보일 거야. 쉬는 자신을 자책하고 앞으로만 밀다 보면, 진짜 낭떠러지로 떨어질 거야. 너는 널 보호하는 중이야.
23살, 낭떠러지에서 / 강아름
파도가 치면 없어질 듯한 조그만 돌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왜가리 한 마리. 그러나 품위만큼은 잃지 않았다. 오로지 파도만을 보내고 기다리며 잠시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검은 바다에서는, 적어도, 두려움이라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흑암 속에서 나는 영원을 찾아낸다. 영원! 그것은 밤하늘과 섞인 검은 바다다. 검은 바다의 파도는 푸른 바다에서와 달리 단 한 순간도 예측할 수 없다. 그 혼돈에 압도된 나는 무릎을 꿇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뇌를 꺼내 영원에게 바친다. 아무런 명령을 받지 않는 팔과 다리는 혼돈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어떤 제약도 없이 모래사장 위를 헤엄치고 바다 위를 달려간다. 추위도 잊은 채 발가벗고 바다로 몸을 던진다. 파도와 하나 되어 솟아올랐다가 영혼처럼 부서진다. 고래와 함께 스프링처럼 바다 표면 위로 날아올라, 물을 분수처럼 뿜는 그의 등에 올라탄다. 아무도, 나 자신조차도, 나를 감히 멈추지 못한다.
고래불 1 / 강아름
방황하던 20대 초반, 햇빛이 내 왼쪽 뺨을 어루만져 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자리에 발가벗고 홀로 서 있는 동상. 굽은 목에 내려앉은 그림자가 안쓰러웠다.
걱정과 기대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바다 깊숙이 내려앉은 나의 마음이 편안하기를 원하는 지, 행복하기를 원하는지 지켜보아라. 편안을 추구한다면 일상을 채워라. 행복을 추구한다면 도전하고 만족해라.
잃어버린 2년을 찾아서 / 강아름
아름세계
2025년 1월호
1월 4일 (토)
신작 에세이
통영 가는 버스ㅣ강아름
1월 11일 (토)
연작 소설
고래불 1ㅣ강아름
1월 15일 (수)
연작 시나리오
버라이어티 1 ㅣ 강아름
1월 18일 (토)
초단편 소설
23살, 낭떠러지에서 ㅣ 강아름
1월 25일 (토)
연작 에세이
인위적인 우연 1 ㅣ 강아름
1월 29일 (수)
신작 에세이
잃어버린 2년을 찾아서 ㅣ 강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