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예술가나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을까?
패션위크나 무신사의 탑 랭킹 브랜드들의 옷들을 분석하고 무작정 베끼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가 강한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도대체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는 걸까? 오늘은 창조적인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예술작품으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치는 비밀을 폭로할 것이다.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디자이너들이 있다. 거칠게 구분하면 베끼는 디자이너 그리고 창조하는 디자이너, 둘 중 하나다.
베끼는 디자이너
- 그들의 전략 : 잘 팔리는 것들을 베껴서 비슷한 디자인을 만들어서 시장의 점유율을 높인다
- 그들이 참고하는 것 :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패션 플랫폼 랭킹
창조하는 디자이너
- 그들의 전략 :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창조하여 시장을 직접 창조하여 독점한다
- 그들이 참고하는 것 : 서적, 전시, 예술가, 사회 현상
이 정도면 베끼는 디자이너와 창조하는 디자이너 두 유형의 차이를 이해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디자인 교육은 대부분 전자에 집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는 현재까지 후자의 유형의 디자이너를 키울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수요는 많지만).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창조하는 디자이너들이 예술 작품에서 디자인 아이디어를 훔치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전시회에서 1개의 예술 작품 앞에 서서 감상하기
2. 예술 작품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감각하기
3. 감각한 것들 중 핵심을 잡기(가장 중요한 맥락, 내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
4. 말 또는 그림으로 정보를 '추상화'하기
5. 추상화한 정보를 어떤 디자인에 적용할 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록하기
위의 프로세스를 패션 디자이너의 예를 들어보겠다.
어느날 MMCA에 잭슨 폴록의 작품이 전시된다고 가정해보자.
1. 마음에 드는 폴록의 추상 회화 작품을 골라서 서서 감상하기
2. 추상 회화가 내게 던지는 것들을 느끼기
- "불규칙적인 검정색 물감 위에 붉은 색 물감이 있으니 강렬하다"\
- "그림 자체는 혼란스러운데 오른쪽 위에 인위적인 동그란 형태가 존재하니까 묘하게 어울리네?"
- "배경색은 빛 바랜 누런 색인데 프레임이 검정색이네"
3. 감각한 것들 핵심을 잡기
- "그림이 불규칙적으로 그려진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사각형의 네모 프레임 그리고 우측 상단에 있는 원형은 규칙적인 느낌을 주네. 불규칙과 규칙의 조화 덕분에 혼란스러운 느낌이 더 강조되는 인상을 준다"
4. 말 또는 그림으로 정보를 '추상화' 하기
- "불규칙적인 것들만 있을 때보다 오히려 규칙적인 것과 불규칙적인 것들이 같이 존재할 때 불규칙이 더 강조된다 -> 규칙과 불규칙의 공존이 불규칙의 느낌을 강화한다!"
5. 추상화한 정보를 어떤 디자인에 적용할 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기록하기
- "찢어지고 패턴이 뒤틀린 다크한 그런지 룩을 디자인 하고싶은데, 모든 요소를 찢고 뒤틀리기보다는 일정 부분은 깔끔하게 두면 오히려 그런지함을 더 강조할 수 있지 않을까? -> 디자인의 일부분을 깔끔하게 마감하는 방식으로 옷을 디자인한다"
위에서는 추상 회화를 예를 들었지만 꼭 회화가 아니더라도 설치미술 또는 심지어 무형의 작품이 될 수 도 있다.
1~5번까지의 사이클이 하나의 디자인 모듈이 된다. 이 모듈들을 많이 만들어두는 것은 마치 일식 오마카세 집에서 초밥 장인이 여러 종류의 생선들을 다듬어서 세팅해두는 것과 비슷하다. 모듈을 잘 준비해두면 디자인이 풍부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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