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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Aug 12. 2022

10년의 세월을 함께한 팬들을 향한 최고의 헌정영화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영화 시장은 여러 트렌드가 존재했습니다. 007 시리즈를 필두로 한 스파이 영화의 시기, 무성 코미디 영화의 시기,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기와 같이 말이죠. 그리고 2010년대는 이후 MCU를 필두로 한 슈퍼 히어로 영화의 시기로 기억될 것입니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MCU는 다른 영화사들이 생각만 했던 팀업무비의 탄생과 세계관 통합이라는 대업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올린 기념비적 시리즈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쌓아올린 인피니티 사가는 오늘 리뷰할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특징은 10년을 함께한 팬을 위한 최고의 헌사라는 점과 다소 아쉬운 설명과 개연성, 추후 더욱 높은 진입장벽을 이룰 마무리라고 하겠습니다.



1. 팬을 위한 영화

 2008년 MCU가 출범한 이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린 세계관이 이 영화라는 한 점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간 정들었던 여러 캐릭터들에게 멋진 작별을 고합니다.


전작에서 어벤져스의 일원들은 대부분 사라지고 원조 어벤져스 멤버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되었습니다. 무슨 대가가 있더라도 타노스를 향한 복수를 하겠다는 복수자들의 집념은 패배를 모르던 그들의 집단이 창립 의도를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첫 어벤져스 영화에서 로키에게 스타크가 말합니다. 로키에게 우리가 패하고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어벤져스가 끝까지 쫓아가 복수하겠다는 뉘앙스로 말입니다. 당시에는 로키에게 승리했지만 타노스에게 패배한 그들은 그들의 본래 취지에 맞게 죽음을 불사하고 복수를 시전하기 위해 떠납니다.


이처럼 본래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한 부분도 있지만 10년의 세월동안 변화한 부분 역시 이 영화는 자세히 말해줍니다. 토르는 아스가르드, 로키를 잃은 이후 타노스를 향한 복수를 다짐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로 인해 자아가 붕괴된 토르는 망가졌고, 그는 엉망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이 가치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 일어나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또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조 역시 흥미롭습니다. 아이언맨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자유 지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테러와 대참사가 일어나자 그는 점차 집단중심적 인물로 변했습니다. 반대로 캡틴은 군대 출신의 규율중심적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타락과 규제의 폐해을 마주한 이후 그는 자유주의적 인물로 변했습니다. 이런 두 인물은 서로의 옛 모습을 닮아가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캡틴은 과거 동료를 살리기 위해 수류탄 위로 자신의 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아이언맨은 마지막에 타인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선택을 합니다. 일찍이 사랑을 찾아 자신의 행복을 이룩한 토니처럼 캡틴 역시 모든 일을 마무리한 이후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나갔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MCU와 함께 시간을 보내온 이들을 위한 거대한 팬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2. 아쉬운 설명과 개연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들 역시 존재했습니다. 비인기 캐릭터인 헐크의 급격한 캐릭터성 변경은 별도의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하게 이루어졌으며, 양자 세상에 갇힌 앤트맨이 돌아온 상황도 다소 매끄럽지 않습니다.


 또한 양자 세계관과 멀티버스 설정으로 인해 앞으로의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이 부족해지게 되었습니다. 작중에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타노스는 기존의 타노스와는 다른 세계의 타노스입니다. 기존의 타노스가 죽은 이후 다시 등장한 타노스는 인피니티 사가의 보스로 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캐릭터의 매력이 급감하게 하는 소재이기도 했으며 추후 MCU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커지게 하는 소재였습니다.


 전작의 타노스는 메인 주인공이었습니다. 다소 뒤틀리긴 했지만 본인만의 확실한 사상이 존재했으며, 그 사상을 믿을 만한 나름 합당한 이유 역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타노스는 그저 악역에 불과합니다. 영웅 서사의 안티테제에 서서 극한의 무력감을 안겨준 캐릭터 타노스는 이제 단순한 파괴자 악역으로 몰락했습니다.


 또한 이미 떠나버린 캐릭터의 귀환이란 소재는 그닥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보며 캐릭터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유는 그 인물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소재의 사용은 캐릭터의 죽음에 대한 둔감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살려낼 수 있다 혹은 돌아올 수 있다는 선택지가 생기고 늘수록 자연스러운 감정의 유발이었던 소재가 억지 감동과 신파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더욱 높아질 진입장벽

 MCU는 엔드게임 이후 전면 리부트가 아니라 기존  IP를 다수 이용하는 부분 리부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방식은 기존 팬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규 팬의 차단과도 맞물리는 소재 입니다.


 MCU의 기존 단점은 봐야하는 영화의 수가 너무 많고 세계관의 순서가 복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미 페이즈3에서 부터 진입장벽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이었지만 이 상황에서 선택한 세계관 연결은 악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엔드게임으로 모든 걸 끝냈다는 생각때문에 더 이상 MCU 영화에 관심이 없어진 인물들도 상당히 존재하고 저와 같이 이후의 영화들이 사족이라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연스레 기존 팬층의 이탈이 있을 상황에서 신규 유입이 더욱 힘들어질 세계관과 양자 세계, 멀티버스와 같은 복잡한 요소들은 앞으로의 MCU 신규 유입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10년대를 빛낸 MCU의 마지막 전성기 영화로 기억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영화입니다. 또한 서술한 요소들로 인해 시간이 지나고, MCU의 역사를 눈으로 보며 세월을 보낸 세대가 적우질수록 평가가 내려갈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10년 남짓한 세월을 보내온 팬들에게는 최고의 헌사로 기억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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