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산다는 것은
치열하게 살아남았다는 뜻일 게다.
혹,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회한에
소주 한 잔 할 동무를 찾아 강으로 간다.
그는, 어느날 문득
강건너, 안개 자욱한 들판을 향해 사라졌고
나는, 아직,
이쪽을 서성이며 갈대를 만지작거리고 서 있다.
해마다 동풍은,
희망처럼 불어 올지라도
믿지 않는 희망을 버린지
나는 오래,
그래서 믿음도, 희망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
그가 저기,
강건너로 넘어가면서
허섶들만 남아 서로에게 서걱대며
뜨거운 척을 하지만
그가 가버린 이 들판 위에
더운 숨들은 차갑게 식어
그 위에 거미풀같은 끈끈이 주걱들만 질척거리며
날아오르는 홀씨들을 붙잡아 앉혔다.
나 여기 홀씨 되어 바람에 몸을 얹어
동무 따라, 강건너 저쪽으로 건너갈까,
가서,
심심찮게 타오르는 들판과
재로 남은 죽은 불,
피어오르는 연기나 구경할까
아름다운 얼굴들 모두 흩어져버린 산천,
얼룩진 이 들판 위에 강고히
고개 숙인 채,
저 멀리 강건너를 바라본다.
손가락 사이로 마른 갈대 이파리들이
그리운 얼굴되어 바스라져 흩날리는 저녁,
멀리 강건너 너울 하나 돌아서며 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