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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박자 Feb 08. 2024

순리대로

2024.02.07

오랜만이다.


단번에 작가로 받아준 브런치에게 미안하고 면목없지만, 사는게 뭔가 바빴다.


아버님은 항암 6차를 마치셨고, 아주 작은 암의 흔적만 남은채 추적관찰 중이라신다. 몸이 예전같진 않으시다지만, 최악을 각오하고 슬픔에 젖어들만큼 심하게 저하되었던 인지기능들도 다행히 많이 회복되셨다. 그리고 그에 따라 수도꼭지같던 내 슬픔도 일단 멎었고, 일상을 살게 됐다.



_일상

내 일상은 직장과 가족, 아이들, 인간관계, 커리어 계발로 이루어진다. 차지하는 파이는 가족과 아이들이 가장 크고, 그 담이 직장=인간관계=커리어 계발 인 것 같다.

뭐 청소라든가, 청소라든가, 청소라든가 하는 거슨 내게는 잘 없는 일상인 것...같.....흠흠. 아무튼


누구나 그러하듯이

별 일 없으면 그냥 순리대로 살아지는 그 일상,

바로 그 일상을 사느라 허우적거렸다.


(여기서 잠깐)

그런 내 일상의 2023 한 해를 되돌아본 점수는 어떨까.

아무도 안물안궁이지만 내가 좀 궁금해서. 흠흠.


직장은. 흠... B? 크게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던 듯.

가족(남편 포함 온가족)은.... 가족도 B 였다가 한번씩 Zㅣ옥에 빠졌던것 같다.

아이들. 어 얘네도. 보통은 A지만(B + 존재가 주는 기쁨점수 더해서 A) 한번씩 ..Dㅣ지게 말을 안들었지..

인간관계는.. 작년 중순쯤인가? 친하게 지내던 자에게 제대로 뒷통수 맞은 사건이 있었어서 총평은 C 정도.

그리고 커리어 계발은 생각해보니 12월부터 새로운 도전을 하나 시작했다. 본업과는 다른 거지만 어쨌든 성장의 씨앗이니까 B+로 후하게(?) 줘본다.



아무튼

작년 가을 갑자기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된 (시아버님의 암투병)이라는 특별사건이 일단 한꼭지 매듭지어지며 덜 특별해진 사이,

내 일상은 이렇게 다시 순리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나는 브런치도 놓지 않았다. 

(보고 계신가요 브런치 담당자님~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눈팅해 데쓰요~~~~~)

직업병일까 소명의식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 곁에 있으라..는 20여년전 꿈(진짜 꿈, 잠잘때 꾸는 그 꿈)과 다짐이 무의식에서 계속 작동하는 건지..

힘들어하는 사람들 글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댓글로나마 진심을 전했다.


그렇게 나름대로는 냉담?같지 않은 냉담기를 보내고

이제 조금 힘이 생긴걸까.

돌아온 탕자가 되어 오랜만에 브런치 글쓰기를 열었다.


아니 근데 냉담이라는 말은 좀 너무해.

마음까지 냉랭해진 건 아니고 그저 상황과 습관이 그리 되면서 발길도 끊어진건데.. 음. 그게 그건가?

암튼 냉담 하니까 생각난다. (이 의식의 흐름...이 또한 순리라면 순ㄹ...)


비록 오래되었지만, 내 청년시절 중 가장 고난스럽고 어둡던 때에..(그때 그 꿈에서 본 암흑칠된 지하실 바닥 같았지..) 지금의 삶으로, 빛으로 이끌어준 카톨릭. 빈첸시오 아 바오로 청년회.

아 그러고보니 여기서 남편도 만났지.ㅋㅋ 암튼.


지금 내 삶을 이루고, 둘러싼 대부분의 것들이 사실은 그때 그 카톨릭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갑자기 깨닫는다.

그리고 그 카톨릭은 사실 무교이던 내가 갑자기 그 꿈을 꾼 후 찾아가게 된 것이었고.. 그리고 그 꿈은...


그래.

이 모든 게 순리였음을 깨닫는다.

나는 지금 순리대로 살고 있고,

작년의 특별사건도 사실은 겨울지나 봄이 오듯,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살다 병드는 순리의 하나였음을

브런치 글쓰다 깨닫는다.


(내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는 것도 순리고. 흠흠)



뭐야 나 지금 너무 고통받는데 그럼 나는 고통받는게 순리라는 거야 뭐야!? 한다면, 일단 그런 마음 드시게 해서 죄송하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봅시다.

고통이 주는 의미? 따위 말고요.

고통 속에서 내가 건져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요.


그 고통을 견딤으로써, 벗어남으로써, 심지어는 괴로워함으로써 .. 고통이 없었다면 몰랐을 그것, 그 고통 속에서 내가 건져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요.



순리대로 산다는 건,

물 흐르듯 유유히 낙낙히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아니라

<생즉고>로 퉁치고 들어가는

삶이라는 고통의 뫼비우스 속에 

그 속에 파묻힌 진주를 찾는

고난도 메타인지..의 과정인지도 모르겠어요..



*아 생긴거랑 다르게 심약하고 신약사주이고 쫄보라서 미리 악플?방지하는데요..

우리 다 같이.. 자기 결대로 사는 사람들끼리 우애합시다

아멘. 휙-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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