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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Nov 03. 2024

성인 ADHD 주부의 일상

멈춰있는 시간 같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다.


어제는 한 달 만에 우리 집 강아지 후추의 미용을 예약하고 맡기고 찾아왔다. 누구에게는 이 일이 그냥 일상 평범한 얘기일지 모르나 나에겐 어제 하루 가장 잘한 일이다.




후추는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7개월 된 포메라니안 강아지이다.

내 생애 개를 키울 일은 절대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이들이 숱하게 개를 키우고 싶다고 얘기했을 땐 단호히 거절하고 듣지도 않았었다.

나 하나 돌보지 못하는 내가 자식도 잘 못 돌보는데 무슨 강아지를 돌보냐..  하는 마음이었다.




해외에서 온 지 얼마 안 돼서 나는 ADHD 진단도 받았지만 우울증 진단도 같이 받았었다.

남편도 뭔가 귀국하고 나서 우울과 헛헛한  마음이 있었었고 항상 공원 산책 후에 그 근처에 있는 애견샵에서 아기 강아지를 보고 가곤 했었다.

꼬물꼬물 그 귀요미들을 보면 뭔가 힐링되는 느낌이랄까?

그냥  구경하기만 하는 것에 만족했었는데 그 시절 나도 우울에 무기력에 맨날 집에만 처박혀 있고 그러니 집안 분위기도 좋지 않고 해서인지 남편이 나에게 먼저 개를 키워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키우면 같이 산책을 해야 하니 어떻게든지 일어나서 같이 산책을 가면 우울증이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연유에서였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안될 소리이지만 이놈의 무기력증에서 왠지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도 그때는 진짜 즉흥적으로 다시 애견샵에 가서 후추를 입양해 왔었다.




하.,..


3개월 된 꼬물이 시절은 마냥 귀여운 새끼 강아지 후추였다.

밥도 잘 먹고 활발하고 집안에 귀염둥이 아기가 생긴 느낌이었다.

아직 10개월밖에 안된 강아지이지만 개는 사람보다 빨리 쑥쑥 자랐고 그동안 중성화 수술도 하고 미용도 세 번이나 하고 그 사이 개춘기가 왔는지 평소 짖지도 않던 후추는 사람만 보면 으르렁대고 짖어서 아주 산책 나갈 때마다 민망하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슬개골이 안 좋은 종이기도한데 우리 후추는 슬개골탈골 4기라는 수술을 꼭 해야 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책을 나가도 한 열 발자국 걷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던지 엎드려버려서 다른 개들처럼 30분이면 30분 계속 산책을 할 수가 없다.

기관지협착증도 있는 것 같은데 계속 물을 마시고는 거위소리 같은 소리가 나기도 한다.


데려올땐 몰랐지


말도 못 하는 이 동물을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을..


이처럼 ADHD의 충동성으로 인해 미래의 것은 생각하지 않은 채 벌려놓은 나의 이런 일들은 고스란히 나에게 책임감이라는 명목으로 나를 짓누른다.

그냥 후추가 불쌍하지 뭐..


그래도 엄마가 널 데려왔으니 맡은 동안은 최선을 다해볼게 후추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계획성과 함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무슨 일을 결정해야겠다.

충동이 올라올 때 한 템포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인내심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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