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게임을 논하다.
“구구산법만 할 줄 아는 사람을 기용해도, 많은 인재가 찾아올 수 있다.” –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존현(尊賢) 편 – 정료지광(庭燎之光)』
제나라 환공이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 궁전 앞에 대낮같이 밝게 횃불을 밝혀 놓고 인재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처음 몇 개월은 인재들이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1년이 지나자 발길이 뚝 끊어졌다. 환공은 인재가 찾아오지 않자 노심초사했지만 딱히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쪽 지방의 보잘것없는 노인이 환공을 만나기를 청하니 환공은 기뻐하며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환공이 묻는다.
“노인은 무슨 재주가 있소?”
노인이 대답했다.
“소인은 구구산법을 잘합니다.”
당시 제나라에는 구구산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이에 환공은 크게 실망하며 말했다.
“겨우 구구산법을 할 줄 아는 재주로 나를 만나러 왔는가?”
노인이 대답했다.
“큰 산은 작은 돌을 거절하지 않으며, 큰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거절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큰 산과 큰 강, 큰 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옛 선인은 미천한 사람들의 의견까지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환공께서는 널리 인재를 구하고 있지만, 막상 그러한 인재들은 자신의 능력을 환공께서 인정해 주지 않으실까 두려워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저같이 구구산법을 할 줄 아는 인재를 기용하신다면, 저보다 고명한 인재들이 많이 찾아올 것입니다. “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닫고 노인을 예로 기용하니 이후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정료지광이란 한자성어는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제나라 환공은 춘추5패 즉 제 환공, 진(晋) 문공, 진(秦) 목공, 초 장왕, 오 합려의 첫번째 패자로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인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환공은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관중을 제상으로 기용할 정도로 인재관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여기서 유명한 한자성어가 나오는데 관포지교(管鮑之交) 말이 탄생한다. 관중과 포숙의 우정을 나타내는 한자성어로 사기에서 매우 유명한 내용이다.
관포지교 – 관중과 포숙은 어렸을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였으나, 서로 섬기는 주군이 달랐다. 관중의 주군이 포숙의 주군이던 환공에 의해 죽은 후, 환공은 관중마저도 죽이려 하였으나, 관중에 대한 재능을 포숙이 환공에게 간언함으로써 환공이 춘추(春秋)의 패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관중은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진정으로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따라서 관중과 포숙처럼 다정하고 허물없는 교제를 일으키는 말을 관포지교라 한다.
나라를 부국강병 하게 만들려 했던 환공은 인재의 중요성도 알고 있었고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제도와 문화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당시 아무도 실행하지 않았던 정료지광(庭燎之光)과 같이 훌륭한 문화를 실행하고 결국 많은 인재를 통해 패자로서 한때 세상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 개발 쪽에서 생각해 보면
사기의 예처럼 어느 분야든 문화가 개발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현재 소속된 개발사의 개발 문화는 무엇인지, 어떤 부족함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실을 냉정히 살펴보고 개발 문화가 바뀌거나 보강해야 한다면, 당당히 회사에 요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당연히 개발사의 비전은 긍정적일 것이고,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면 빨리 다른 게임 개발사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개발 문화라 함은 실패를 경험 삼아 새로운 기회를 주는 문화, 프로젝트의 경험과 노하우를 존중하는 문화, 결과를 만들 때까지 기다려주는 문화, 경영자(투자자)와 개발자 간 재미에 대한 소통이 자유로운 문화, 등 많은 개발 문화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화들이 하나하나 정립되고 지켜지면서, 훌륭한 게임 개발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정료지광(庭燎之光)”이라는 고사성어는 현재에도 많은 작가들이 인용을 하며,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이 문화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다.
특히, 인재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면 절대로 인재가 ‘여기가 좋은 개발사구나’ 하고 스스로 찾아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같이 이득이 되면 취하고 이득이 안되면 버리는 것이 쉬운 세상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필자는 아직 진심이라는 것이 통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철새와 같은 삶을 통해서 자기의 이득만을 취하는 개발자는 쉽게 본심을 들키는 법이다. 그러나 진심이 있는 개발자는 회사와 개발자가 서로 분명 알아볼 것이고 큰 뜻(게임의 성공)을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끝으로 경영자(투자자)가 좋은 게임을 만들거나 훌륭한 인재를 기용하고 싶다면, 제나라 환공처럼 문화를 중요시하고 정책과 가치를 잘 만드는 것에 힘써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 문화를 만드는 것은 제나라 환공이 펼친 정료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는 노력하지 않고 자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영자(투자자)들이 꼭 정책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