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습관, 습관적 기록
여행지에 가면 그곳의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늘 여행지의 서점들을 찾아서 표시를 해둔다. 가능하면 들른 책방에서는 꼭 책을 사가지고 나오는 편인데, 지난 프랑스 여행에서는 그러질 못했다. 동네의 작은 서점들은 창문 밖에 전시되어 있는 책들이 당연하지만 모두 불어라 읽을 수가 없기 때문에 나에겐 문턱이 너무나도 높았다.
지금 뒤돌아 생각해 보니 요리책을 좀 사 왔어야 했나 싶다. 구글 번역기로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을 텐데 여행에서 돌아온 지 몇 달이 지나고서야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 부산 여행을 계획하면서 부산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찾아보고 있다. 그런데 마음만 먹으면 버스 한 번에 쓱 다녀올 수 있는 서울의 책방은 얼마나 다녔을까? 서울에 회사가 있지만 재택근무를 한 지 4년이 흘러 서울 가는 전철도 버스도 타지 않으면서도 서울은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까 그 많고 많은 책방을 무심코 지나쳐버린다. 여행하듯 책방을 틈만 나면 다녀야지. 하고 생각했다.
얼마 전 연남동의 서점엘 갔다. 근처 서점들은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가보지 않은 서점들이 많았다. 이번에 다녀온 서점은 에세이를 위주로 큐레이션 하고 있는 서점이었다. 많고 많은 에세이들을 보면서 나의 취향에 맞는 책도 찾아보고 미처 생각도 못한 주제의 에세이도 뒤적거려 보고 한참을 책구경을 했다. 큐레이션 된 책의 취향이 나와도 닮아 여러 권을 사고 싶었으나, 한 권만 샀다. 그래야 또 자주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은 에세이들 사이에서 이렇게 책으로까지 글을 쓰게 된 작가들의 글쓰기는 기록의 습관일지 아니면 습관적인 기록이 그들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켰는지 궁금해졌다.
나도 올해는 짧게 매일 기록을 해야지.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 습관적으로 기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으나, 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노트북을 두고서도 그 노트북을 열어서도 유튜브에만 들어가 음악을 검색하는 나를 보니, 습관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노력하는 모습을 기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