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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Feb 17. 2024

2월 16일

튤립

2월 공기는 차갑고 햇볕이 서서히 따스해지는 아직은 겨울인 달. 

튤립은 봄꽃이라 알고 있는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무렵이 아니면 꽃집에서 튤립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빛이 좋아 점심시간에 밖을 나가 산책을 하다가 문득 부지런히 튤립을 보아야겠다 생각했다. 

꽃을 좋아하지 않더니 한창 꽃을 좋아하는 사십 대에 접어드니 예외 없이 나도 꽃이 좋아진다. 

일 년에 두어 번은 꽃을 사다 놓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튤립이 제일 좋다. 


매년 봄이면 튤립을 사야지 하다가도 매번 놓치기가 일쑤다. 

동네 농협마트에 들러 튤립을 찾았다. 나는 분홍빛이나 자줏빛이 도는 튤립이 좋은데 노란 튤립만 있다. 한 묶음을 사서 들고는 회의시간 늦을 새라 걸음을 재촉해 왔다. 


먼지가 가득 쌓인 꽃병을 찾아 헹구고 꽃을 꼽고는 거실 테이블에 올려놨다. 

꽃이 보고 싶어서인데 일하는 내내 꽃을 보지 못하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하고는 꽃을 볼 수 있다. 


튤립만 보면 어릴 적 동생의 일이 생각난다. 

어릴 적에도 튤립을 좋아했었다. 그림으로 그리기도 쉬워 자주 그리며 놀았다. 유치원에 다니던 동생이 어느 날 함박웃음을 지으며 집으로 뛰어와서는 오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꽃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꽃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는데, 마침 그 꽃이 내가 좋아하는 튤립이라 동생이 손을 번쩍 들고는 꽃 이름을 맞췄다고 했다. 


나와는 정 반대의 성격으로 내성적이던 동생의 그날의 용기는 무척이나 뿌듯했나 보다 게다가 누나가 그리던 튤립이니 내게 고마웠을지도?


튤립만 보면 항상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지금은 애 둘의 아빠가 되었고 덩치도 산만해진 동생인데 튤립만 보면 7살의 작던 동생이 생각난다. 


이번 봄에도 튤립 많이 봐야지. 한창 꽃을 좋아할 나이니까. 




산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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