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의 시선 Jul 05. 2024

2호선의 9-2호차

다양성과 사랑

맞은편에 5명의 인간들이 앉아있다. 그중 한 남자의 무릎팍에 시선이 갔는데 그는 흰색 페인트가 예술적으로 적셔진 바지를 입고 있다. 시선을 약간 더 위로 하여 얼굴을 보았는데 상체 또한 개성이 가득하다. 이번엔 그의 옆옆 자리에 앉은 여자의 얼굴에 눈이 갔는데 순수함을 인간으로 만들면 그의 얼굴이 툭 튀어나올 듯한 외양을 하고 있다. 앞서 관찰한 두 인간의 인상과 착장이 너무나도 달라 나는 웃음이 났다. 다양한 취향이 살아 숨쉬는 지하철의 9-2 번 칸에 탄 사실이 좋다. 내가 이래서 서울을 좋아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이어서 그 여자의 옆 자리에 앉은 부녀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아이는 새하얀 얼굴을 아버지의 허벅지 위에 파묻고 있었고 다리가 저린지, 발을 이리저리로 움직인다. 잘 포개어진 얼굴과 다리를 본 순간 나는 지금 사랑을 목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을 목격하는 순간은 무척 짜릿하고 글을 쓰고 싶어지는 때이다. 이 장면을 글로 담고 싶은 마음에 그들을 바로 앞에 두고 세상 비밀스러운 글을 적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만인의 소수자성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