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상 Jul 06. 2023

여름 밤산책과 듣고 싶은 노래

Stevie wonder - songs on the key of life


6월은 아직 덥지 않다. 낮에 내려쬐는 햇빛은 물론 뜨겁지만 저녁에는 그만큼 빨리 식은 땅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여름이 될수록 짧아지는 밤을 그냥 보내긴 아쉬워 맥주를 사러 나간다. 귀찮은 일이지만 요즘 같이 선선한 밤에는 없는 건수라도 만들어서 나가야 한다.



굴러다니는 티셔츠를 대충 걸치고, 편한 모자를 눌러쓰며, 삼선 슬리퍼에 발을 구겨 넣는다. 밖으로 나오니 살짝 한기가 느껴질만큼 서늘해 기분 좋다.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나무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을 조금 마셔본다. 맥주가 급해 나왔지만 왠지 느긋하게 걷고 싶은 기분, 귀에는 들리는 풀벌레 소리를 뒤로하고 스티비 원더의 Summer soft 를 재생시키면 밤산책 준비 완료이다.   



스티비 원더는 천재 뮤지션으로 불리운다. 그는 겨우 13세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 했으며 거의 모든 악기를 섬세하게 다룰줄 안다. "Superstition"의 멋진 드럼 연주와 "Isn't She Lovely"의 중간부분에서 선보이는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 역시 그의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그는 가난하고 흑인인데다가 장님이기 까지 했다. 어두운 밤일 수록 새벽은 더 밝게 찾아 온다는 말 처럼 최악의 조건에서 최고의 뮤지션이 탄생 한 것이다.


그의 앨범 songs on the key of life는 상업적으로 엄청나게 히트했다. 저 유명한 Isn't She Lovely 나 I wish 등 빌보드 차트를 줄세우는 곡들과 최근 샘플링이 많이 되 들으면 알만한 곡들도 많다. 그중에도 내 선택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Summer soft 이다. 사실 잘 몰랐던 곡인데 한 뮤지션이 추천 해준 뒤로 여름이 되면 무한 반복하는 노래이다. 몇 십년의 세월이 무상할 만큼 세련되고 무엇 보다 여름 밤에 상쾌함을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펑키한 기타에 선선하다 못해 쿨하게 느껴지는 키보드, 끝모를 듯 지르는 스티비원더의 청량한 목소리까지. 지친 오늘 하루, 이 곡으로 귀를 씻어 내면 이것도 행복의 한 조각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밤. 맥주를 사서 돌아가는 길이 더 가벼워 진다.  



- LP 앨범명  : Stevie wonder - songs on the key of life
발매년도 : 1976 /  구매년도 : 2022
- 구매처 : 네이버스토어
- 구매 가격 : 50,000원 (*중고상품) 
- 포스팅 추천곡
Stevie wonder - Summer soft


                    

매거진의 이전글 비처럼 쏟아지는 주술적 목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