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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상 Aug 04. 2023

'쿨'하다는 착각

The Strokes - Reptilia








'쿨'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이제는 그냥 한글 명사 같기도 다. 보통 멋지다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쿨한척 한다 등에서 처럼 부정적인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요즘 SNS나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쟁들을 보면 뭐든지 한발짝 뒤에서, 다 안다는 듯이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상황을 비꼬는 경우가 많다. '쿨'한 태도로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길게 답변을 달면 "왜 이렇게 혼자 불타오름?" "울지 말고 말해봐" 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는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내밀한 이야기를 꺼낼수 없게 만들고 상상력을 제한한다. 어떤 태도를 견지하는 것만이 중요하니 논쟁의 해결은 뒷전이 된다.


아마도 그 안에는 모종의 열등감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의 의견을 폄하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적 우월감을 가져가고 싶은 생각이다. 본인이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런 생각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일단 관조적으로 행동하고 본다.  쿨한 것이 아니라 쿨한 '척' 이다.



사람은 온혈동물이다. 몸을 움직이면 36.5도 이상으로 열이 나지만 자신 스스로 온도를 떨어 뜨릴 수는 없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표현하고 행동하며 논쟁한다. 이 때마다 '열'을 발생 시킬 수 밖에 없으며 태생적으로 무작정 '쿨' 해질 수는 없다. '쿨'만 생각하다면 손에 붙어있는 폰으로 댓글을 쓸 뿐이지 방 밖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들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쿨은 태도의 일관성이다. 상황에 따라 양비론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 사람이 가진 고유성에서 나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본인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견지하는 것이다. 결국은 개인의 쌓아온 역사성이 특정 상황을 만났을 때 나오는 본능적인 태도들이 그가 쿨한지 아닌지를 보여줄 수 있다.



사실 스트록스의 2집은 1집과 비슷하다. 그래서 평론가 들에게 자기 복제라는 비평도 많이 들었던 앨범이다. 거의 모든 곡이 2분 안팎이고 전체 앨범은 30분 남짓으로 끝이난다. 멜로디는 단조롭지만 락킹한 멜로디가 있어 마음을 후벼파는데 그 위에 얹어진 보컬은 나른하게 읇조린다.



방은 불타는 데 (room on fire) 1집부터 쌓아온 '쿨'한 기운이 앨범 전체에 은은하게, 꾸준하게 흐른다. 앨범의 최고곡이라고 할만한 Reptilia 는 변온동물인 파충류라는 뜻인데 냉혈한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누가 뭐라하든 쿨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답게 행동하며 그걸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 2집을 재생하던 도중 Reptilia 를 만나게 되면 이게 정말 '쿨' 한것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 LP 앨범명  : The Strokes - 2집 Room on fire

- 발매년도 :2003 /  구매년도 : 2022

- 구매처 : 온라인 샵

- 구매 가격 : 33,600원

- 포스팅 추천곡 : The Strokes - Repti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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