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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Aug 11. 2024

주부가 되고 살찐 남편에게 PT를 선물했습니다

집안일은 힘든데 왜 살이 찔까요...

제 남편은 주부입니다. 다른 일을 겸업해 본 적 없는, 집안일을 주업으로 하는 주부예요. 간혹 저에게 부럽다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저는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집안일을 못하고, 남편은 집안일을 좋아하고 바깥보다는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희 부부에게는 제가 일하고 남편이 주부가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재택으로 일하다 보니 남편이 집안일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요. 열심히 쓸고 닦고 요리하고 정리하면서 즐거워하는 남편을 보면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저는 집안일이 정말 적성에 맞지 않다 보니 남편도 힘들어할까 걱정했었거든요.



생각보다 집안일에는 힘을 쓸 일도 많고 위험한 일이 많습니다. 각종 집기류들을 꺼내고 선반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축이라 집을 보수할 일도 종종 있고요. 반면 세심함과 꼼꼼함을 요구하는 일들도 많은데요. 그 모든 것을 매일 동일하게 반복해야 합니다. 힘세고 관절이 튼튼하면서도 세심하고 꼼꼼해야 하는 끈기가 필요한 일이라니, 이건 너무 힘든 일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남편은 너무나 적성에 잘 맞다며 늘 즐거워했습니다.




문제는 자꾸만 살이 찐다는 것이었어요


제 경험상 집안일은 분명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지치기 쉬웠어요. 그런데 매일 힘들게 집안일을 해도 남편은 조금씩 살이 쪘습니다. 심지어 밥 양도 줄이고 끼니수도 줄였는데도요. 저는 늘 같은 몸무게를 유지했다 보니, 자기만 살이 찌자 우울해하는 신랑이 보였습니다. 조금만 붙는 옷을 입어도 자기 배를 힐끔거리며 한숨 쉬는 걸 보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어요. 운동을 하자고 했죠.



운동할 곳은 많았지만 만족스러운 곳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남편은 엄청난 내향인이라 낯선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어려워하고, 또 남을 잘 믿다 보니 무언가 잘못 전달돼서 본인 몸이 아파도 잘못된 걸 잘 모르거든요. 본인이 잘못한 게 아닌가 스스로부터 의심하고요. 게다가 자신이 돈을 벌지 않는데 쓰는 것이 아깝다며 1:1 수업은 한사코 거절했어요.



그래서 가장 저렴하고 가까운 헬스장 회원권을 끊어서 다녀보기도 했는데요. 값싼 건 이유가 있더라고요. 기구도 굉장히 노후화되었고 기구 자체도 별로 없었어요. 러닝머신을 뛰다가 손잡이에 손이 닿으면 따끔거리며 전기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운동방법도 잘 몰라서 빙글빙글 돌다 왔고요.




결국 PT를 받기로 했습니다.


다만 개인 PT를 받거나 따로 운동을 배워본 적 없는 사람이라 더욱 신중하게 찾아야 했어요. 게다가 남편은 소화기 쪽 난치병을 앓고 있다 보니, 다이어트 식단에 대해 융통성 있게 케어해 주실 선생님이 필요했고요. 그래서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저도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헬스 PT, 요가 1:1 수업을 여러 차례 받아봤고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봤거든요. 남편에게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남편도 기분 좋게 헬스장에 다닐 수 있을 테니까요.



저희는 집 근처의 꽤 많은 헬스장을 돌아다녔습니다. 홍보를 많이 하는 곳, 리뷰가 많은 곳, 숨은 고수가 있는 곳, 저렴한 곳 등등 정말 많은 곳을 다녔어요. 요가원도 찾아보고 상담도 받기도 했죠. 아무리 돌아다녀도 만족스러운 곳이 없어 실망하던 차에 남편이 집 근처 조그마한 헬스장을 하나 찾아왔어요. 집이랑 정말 가까웠는데도 미처 찾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네이버로 집 주변 헬스장을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관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아주 작은 헬스장이었어요. 전단지도 돌리지 않다 보니 직접 보지 않으면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혼자 지도로 검색해 보다가 찾은 곳이었는데, 찾기 힘들었던 것과 달리 리뷰가 칭찬일색이었어요. 왜 그런 리뷰들 있잖아요. 여기 진짜 좋아서 오래오래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 담겨서, 혹시나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까 봐 이용자들이 알아서 사진도 올리고 한 달 뒤에도 리뷰하는 그런 곳이요. 딱 느낌이 왔습니다.



상담을 예약하고 방문했는데 괜찮은 느낌이 들어서 바로 2:1 PT를 결제했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빨리 결정해도 되냐며 걱정스러워했지만 내심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어요. 저희가 평소 조금 거리감을 느끼는 상체만 엄청 큰 트레이너가 아닌,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건강해 보이는 관장님이셨거든요. 저희는 정말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싶었기 때문에 멋모르는 저희가 봐도 균형적으로 건강해 보이는 관장님이라 좋았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1주일 차, 남편은 저와 함께 주 2회 PT 수업을 받고, 매일 유산소 하러 혼자 헬스장에 출근하고 있어요. 둘이 같이 운동을 배우니 더욱 재미도 있고요. 관장님께서 식단도 봐주시는데요. 2끼에서 3끼로 늘리지만 한 끼니의 양은 지금보다 크게 줄이지는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대신 단백질과 채소를 많이 먹자고 하셨고요. 하나하나 까다롭게 보는 게 아니라 영양소 균형을 위주로 생각하라고 하셨다 보니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빠질까, 하는 의문은 있었지만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1주일 만에 남편은 1kg이 빠졌습니다. 매주 인바디로 검사를 하는데 아주 균형적으로 감량이 됐어요. 추세를 보면 매주 1kg씩 감량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벌써 배가 꽤 들어갔고, 턱선을 비롯한 몸의 라인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너무 신기하죠.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남편은 기력을 되찾았습니다. 매일 운동하면서 활력도 생겼고요. 운동을 통해 몸이 만들어지는 걸 스스로 느껴서인지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살면서 한 번쯤 좋은 몸을 가져보고 싶다'며 마동석 꿈나무라고도 말했고요. 저는 마동석보다는 슬림한 게 좋은데 말이죠ㅎㅎ



아무튼 집안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남편이 고마울 따름이에요. 운동도 힘들어하면 어쩌나 했는데 잘 적응하고 즐거워해서 다행이고요. 하루빨리 추석이 되어서 양가 부모님께 달라진 남편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네요. 그래도 너무 우락부락해지지는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슬쩍 들고요 :)




저의 사랑스러운 남편은 어엿한 3년 차 주부인데요. 요리, 청소, 빨래부터 인테리어까지 못하는 게 없는 남편이 주부로 살게 된 이유는 아래 글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본 매거진에서는 일하는 아내가 보는 주부 남편에 대한 시선을 담습니다. 이번 글이 즐거우셨다면 구독, 좋아요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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