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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Dec 13. 2023

막내 고양이 실종사건

하지만 그는 내내..


한참 일하는 중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일 났어! 티구가 보이지 않아!!”

“잘 찾아봐. 침대 밑, 소파 밑, 옷장 안에 있는 박스까지 다 봤어?”

“..

소파밑에 있어.”


오늘은 일 년 반 넘게 기다린 초고속 인터넷 설치를 하는 날인데 선을 끌어오고 어쩌고 하느라 2시간 정도 작업했다고 한다. 작업하시는 분이 도착하기 전에 고양이들을 전부 안방에 몰아넣고 문을 닫았다고 생각한 그는 온 집안의 문을 다 열고 일을 했는데 다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티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참 뒤에야 소파 아래에서 발견한 티구는, 그러니까 치치와 모모가 안방에 격리되기 이전, 작업자가 우리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거기 숨어있었던 것이었다.


나 말고는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티구는 낯선 사람이 오면 부리나케 안방 깊숙한 곳에 숨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어쩌다 소파아래에 숨은 건지. 몇 시간 동안이나 온 집안에 문이 열려있었는데 소파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겁이 나서 온몸을 돌돌 말고 땡그래진 눈으로 바들바들 떨었을 녀석과 내가 없는 사이 티구를 잊어버렸을 까봐 식겁해서 찾아다녔을 남편을 생각하니 귀엽고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이 집에 이사 온 초반에 캣티오를 통해서 몇 번 가출을 한 이후로 문이 열려있어도 나갈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니, 티구가 보이지 않으면 집안 구석진 곳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긴 하다.


낯선 사람 보고 쫄았던 티구도, 고양이 잃어버렸을까 봐 심장이 쫄깃해졌던 남편도 다 고생한 하루.


고생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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