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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an 18. 2024

사람 많은 파리

올 여름엔 파리가지 마세요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파리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대도시에 가는 거라 두근거렸다. 사람이 많겠지? 한 시간을 걸어도 만나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의 깡시골에 살다 보니 사람이 많은 곳에 간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했다.


오르세 미술관도 다녀왔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그래도 평일 대낮이라 그런지 지하철에는 앉을자리는 많았다. 파리의 벼룩 이야기가 하도 유명해서 앉을까 말까 했지만 갈 길도 멀고 가방도 무거워서 그냥 앉았다.


그런데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역과 역 사이쯤이었고,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다음역에 내린다고 해도 굳이 지금? 인 타이밍이라 저절로 눈이 갔는데, 아.. 이 아저씨가 갑자기 바지를 벗는 것이다. 심지어 무슨 바지를 세 겹이나 껴입고 있었다. 하나씩 주섬주섬 벗더니 (의도치 않게 아저씨의 속옷까지 보았다) 다리를 벅벅 긁고는 다시 주섬주섬 주워 입고 자리에 앉았다. 주변인들은 동공지진..


대체.. 파리에 오자마자 이게 무슨 일이람! 그래도 파리는 파리. 도시는 여전히 아름답고 돌아다니는 스타일 좋은 파리지엔들은 시크했다(관광객들과는 차이가 난다). 우리 동네에 달랑 하나 있는 빵가게를 떠올리며 케이크가게, 초콜릿 전문점, 빵집이 빼곡한 파리의 거리를 걸었다.


저녁 약속을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탔을 땐 지하철에서 오줌냄새가 났다. 이건 분명히 누가 싼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냄새가 이렇게 심할 리가 없었다. 하필 퇴근 시간이라 한 치의 틈도 없이 사람들이 끼여 있었는지라 어디로 옮길 수도 없었다. 뒷사람의 향수 냄새가 (암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겨울에는 잘 안 씻는 사람들 때문에 냄새가 심하다고 한다) 오줌 냄새를 희석했다고 해야 할지 그냥 코가 마비된 건지 사람들 사이에 끼여 있으니 악취가 덜 느껴졌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덩치 큰 크로스드레서가 지하철에서 엄청 큰 소리로 대화를 하길래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기 혼자 대화를 한 거여서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같은 역에서 내려서 등에 식은땀이..


운전해서 출퇴근을 하고, 동네에는 사람이 없어서 모르는 사람과 닿을 일이 전혀 없었는데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파리에서 털리지 않으려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가방과 폰을 꼭 쥐고 있었더니 너무 피곤했다. 시골에서 출퇴근하면서 생길 변수라고 해봐야 길에 멧돼지나 사슴이 튀어나오는 정도인데 대도시에는 미친놈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도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도시 정비를 좀 했다더니 예전보다 노숙자나 거리의 쓰레기는 확실히 줄었고, 이번에는 쥐도 못 봤다. 올림픽 기간에는 관광객들 등쳐먹으려고 대중교통 가격도 올리고, 도시세도 올린다고 (호텔 숙박비가 비싸질 것이다) 하니, 이번 여름에 파리 근처는 얼씬도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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