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합의 반려동물 여권
유럽연합 안에서는 반려동물 여권을 소지한 경우 별다른 서류 필요없이 개/고양이/페럿과 함께 EU 회원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일단 동물등록 (마이크로칩 이식) 을 해야한다.
프랑스에서 동물 등록을 하고 동물병원에 가서 여권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준다. 기본적으로 반려 동물의 마이크로칩 번호, 외모에 대한 묘사(사진도 넣을 수 있다)와 소유주에 대한 정보가 들어가 있는데 매년 종합 백신 접종을 하고 접종한 날짜와 유효기간, 그리고 접종한 병원/수의사 정보를 기록한다.
일반 종합백신뿐만 아니라 광견병 백신 등 다른 백신에 대해서도 기록할 수 있게 되어있고, 일반적인 건강검진 상태에 대한 기록도 있다. 보통 반려동물과 EU 외의 국가로 이동하는 경우 이 여권과 국가별로 요구하는 별도 서류를 준비하면 된다.
한국에서야 자주 다니는 동물병원에 전산 기록이 다 남아있긴 한데 병원이 바뀌면 별 소용이 없다. 여기도 전산 기록은 있지만 병원을 옮기거나 다른 국가로 넘어가더라도 주요 접종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여권이 좋긴 한 것 같다.
지난달에 프랑스에서 두 번째 접종을 했다. 세 녀석을 이동장에 넣어서 데려가는데 15분 남짓한 거리를 가면서 난리난리. 의외로 겁이 많은 티구는 조용히 이동장에 몸을 말고 차 안을 구경하고 있었고, 수다쟁이 모모는 애옹애옹 울면서 숨을 몰아쉬기까지 했다. 다음에는 진정제라도 처방받아서 좀 먹고 가야 될 것 같다.
결국 남편이 모모 이동장을 무릎에 올리고 지퍼를 좀 열어서 모모가 밖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숨을 가쁘게 쉬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프랑스의 동물병원은 상담실과 처치실이 나눠져있지 않고 수의사마다 사무실이 있어서 보호자와 함께 상담하며 기본적인 치료를 한다. 엑스레이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는 방이 따로 있다.
이렇게 세 녀석이 총출동하는 날에는 진료가 수월한 순서대로 진행하는데 모모 - 티구 - 치치 순이다.
모모는 이동가방을 극혐 하기 때문에 진료를 다 보고 나서도 다른 애들 치료하는 동안 자기 맘 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게 꺼내 놓았다.
그다음은 겁이 많은 티구. 세상에 얼마나 쫄았던지 털이 뿜뿜 뿜어져 나왔다..
요 녀석은 겁이 많고 재빨라서 집안에서는 잡기도 어렵지만 일단 병원에 데려가면 수의사선생님이 처치하는 대로 가만있는 편이다. 군소리 없이 주사 다 맞고 기본적인 검진도 하고 체중도 재고 아늑한 이동가방으로 다시 넣어주었다. 겁쟁이 같으니라고.
상단에는 검진 날짜와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 메모를 남겨주는데 올해는 일 년 사이에 1.1kg가 늘었는지라 체중에 주의하라고 적어주었다.
그리고 하단에는 그 날 접종한 백신의 라벨을 붙이고 옆에 담당한 수의사와 동물병원 도장(이름/주소/전화번호)을 찍고 담당 수의사가 사인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반려동물 여권이 정착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치치는… 덩치는 가장 작으면서 가방에서 꺼내자마자 어찌나 으르렁 거리는지 기본 진료도 겨우 했다. 다른 두 녀석은 주사도 수월하게 맞았는데 얘는 난리를 쳐서 거의 세 번째 시도만에 접종할 수 있었다. 수의사 선생님이 치치를 위해 액상 질켄을 추천해 주셨는데 효과가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