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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n 12. 2024

시골마을 고양이들


우리 집주인도 고양이를 키운다. 전형적인 시골 외출냥이라 집주인이 여기 살 때는 집 마당이 그 고양이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사 오고 난 뒤로 우리 집 고양이들은 실내 생활을 하다 보니 우리 집 마당을 두고 여러 고양이들의 영역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영역을 차지한 고양이는 포스 뿜뿜한 까만 장모 고양이 되시겠다.


예전 회사 고양이 고등어랑 닮은 애

이 동네에는 산책할 때마다 마주쳐서 익숙한 고양이만 해도 다섯 손가락을 넘어가는데, 대부분은 자기 집 마당이나 그 앞 도로정도까지만 나오고 가-끔 이렇게 허허벌판 와 맞닿아 있는 우리 집 정원까지 영역을 넓히러 오는 고양이들이 있다. 주인이 있는 외출 냥이들인지 길 고양이인지는 알 수 없다.


회사 식당 상주 고양이

작년엔가 산책길에 자주 만나던 고양이가 침을 흘려서 데려다 동물병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보호자가 고양이가 외출했다가 안 돌아온다고 찾지도 않고 6개월 전에 500km 밖으로 이사 간 정신없고 매정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어서 (다행히 마이크로칩에 동물 등록이 되어 있어서 동물병원에 친구가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던가..), 그 이후로는 산책하다 마주치는 고양이 상태가 수상하면 자세히 살펴보곤 한다.


동네 고양이


우리가 이사 온 뒤로 우리 마당에 정기적으로 마실을 오는 이 까만 고양이는 장모라 길고양이 같지는 않지만 이 동네 여기저기서 마주친 적이 있어서 산책을 좀 멀리 다니는 고양이인가 했는데 딱히 집은 없는 것 같다. 보통은 우리가 가까이 가면 멀찌감치 도망치는 편인데 (우리 집 마당에 둔 의자에서는 종종 자는 듯) 하루는 좀 절뚝거리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가보니 발이며 양쪽 목에 물린 상처가 있었다. 근데 또 목 근처 털이 밀려있는 것으로 봐서 동물병원에서 처치는 된 것 같았다.


어느날 우리집 마당에 난입한 동네 강아지


그 이후로 남편이 산책길에 동네 사람들이랑 마주칠 때마다 이 고양이 주인 아냐고 수소문을 했는데 한 집에서 2-3년 전까지 2-3년 동안 마당에서 밥을 챙겨주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집에 로트바일러를 키우고 나서는 잘 안 온다고. 그러니까 최소 나이가 5-6살은 되었다는 소리. 근데 더 들어 보이긴 한다.


겨울에 까만 고양이가 쉬다 가는 마당 의자


좀 찜찜한 마음으로 다음 날 이 고양이를 우리 집 마당에서 다시 마주쳤는데, 혹시나 해서 우리 집 고양이들 먹는 사료랑 물을 한 대접 줬더니 앉은자리에서 사료 한 컵을 다 먹고 가버렸다. 띠용. 다쳐서 사냥을 잘 못해서 잘 못 먹은 건지 알고 보면 따로 챙겨주는 집이 있는데 하필 이 타이밍에 배가 고팠던 건지.. (시골에는 죄다 외출냥이라서 목걸이를 따로 안 하는 고양이들은 두 집 살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하튼 남편 성격에 지치고 배고픈 고양이를 그냥 보고 넘어갈 리가 없지. 마당 테이블 옆에 검은 고양이를 위한 밥상을 딱 차려놓았더니 그 이후로도 오후, 저녁 시간에 우리 집을 지나가면서 사료도 먹고 스크래처도 긁고 간다. 심지어 다른 동네 고양이도 왔다 감.


새벽에 와서 스크래처 긁고 간 녀석


이러다가 맛집으로 소문나서 동네 고양이들 다 몰려드는 거 아니겠지? 어리고 힘 좋은 고양이들한테 밀려서 이 녀석이 또 굶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내년에 우리 이사 가면 이 고양이는 또 어쩌지? 오만걱정 다하는 남편. 우리가 밥 안 주던 2년 동안에도 그전에도 이 동네에서 잘 살았던 고양이인데 무슨 걱정이야.


확실히 자연친화적인 시골 동네 고양이들은 집고양이 동네 고양이 할 것 없이 도시의 길 고양이들과는 영양 상태도 건강 상태도 다르고 고양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서 지켜보는 내 맘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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