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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초 Jan 02. 2022

캐나다에서 교직원으로 일합니다

여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자에게

캐나다로 이주할 때만 해도 교직원으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에서 교직원 생활을 했던 것도 그렇다고 캐나다에 와서 교직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캐나다에서는 월급은 조금 적게 받더라도 몸과 마음이 편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은 있었다. 캐나다에 오기 전 일하던 한국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취업 과정


처음 캐나다에 와서는 2년 정도 요리사로 일했다. 기존에 한국에서 했었던 사무직 업무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캐나다 내에서의 경력이 없었기에 처음부터 사무직으로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캐나다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어느 정도 캐나다 내의 경력을 쌓고 영어 실력도 조금 키운 뒤 사무직에 다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운 좋게 현재 일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면접 기회가 주어졌고 열심히 준비한 결과 합격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학교 내 Hiring Solutions라는 임시직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Hiring Solutions에 채용되면 대학 내 급히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 임시직으로 일정기간 동안 배치가 되는데 배정받은 포지션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까지도 일을 하게 된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고 본인이 원하는 한 지속적으로 Hiring Solutions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여러 부서를 옮겨 다녀야 하지만 엄연히 Hiring Solutions에 소속된 정규직이고 대학 소속 정규직과 거의 비슷한 베네핏을 받기 때문에 본인의 선택에 따라 계속 Hiring Solutions에 계속 임시직으로 남아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아무런 경력도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대학교에서 정규직으로 채용이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특히 일반 사무직의 경우) 대부분은 임시직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 후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듯하다.  내 주위의 사례를 봐도 전부 1년 안에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사무직 포지션 채용 경우 외부 지원자에게도 포스팅이 공개되고 지원을 받지만, 6개월 이상 교내 근무 경력이 있는 내부 지원자 채용을 우선시하기에 캐나다 교직원 취업을 목적한다면 임시직부터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장점


* 밑에 열거한 장점 및 단점 중 일부는 현재 내가 일하는 대학교와 부서의 상황을 기준으로 쓰였으며, 동 대학교 내 타 부서 및 타 대학교의 상황과는 다소 상이할 수 있는 점 참고 바란다. 단, 캐나다 내 고등 교육 기관의 직원 대상 베네핏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의 캐나다 대학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대학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교직원들은 공무원 노조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노조원이 되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으며 매우 높은 수준의 베네핏이 주어진다. 


무엇보다 일반 회사보다는 업무강도가 확실히 낮다. 업무가 조금 과도하다 싶으면 매니저나 노조에 이야기하여 업무강도를 조율할 수도 있다.

 

교직원으로 일하는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에는 눈치 보지 않고 긴 휴가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도 한국에 한 달 반 정도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본인이 원하면 방학기간에도 일할 수 있지만 업무가 많이 없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휴가를 간다.


또한 대학 내에 교직원과 교수들을 위한 연금이 조성되어 있다. 직원이 연봉의 6.5%를 연금으로 내면 학교에서 연봉의 8.2%를 연금으로 내주는 형식이다 (총 연금 연봉의 약 15%). 연봉을 8% 정도 더 받는 격이기 때문에 매우 좋은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운영되는 수업을 연 $2,400 한도 내에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학교 밖에서 운영되는 수업은 연 $1,400 한도 내에서 수강 가능하다. 나도 이 제도를 이용해서 2020년부터 Data Analyst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실시된 원격근무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2020년 3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년 6개월 정도 완전한 원격근무를 실시했다. 원격근무에 필요한 장비를 사라며 $400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2021년 11월부터는 원격근무는 이틀만 실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재 추세로 봐서는 다시 완전한 원격근무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교직원으로 일하는 단점


사기업에 비해 연봉 수준이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편이다. 또한 연봉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주어지기보다는 연차에 비례해 자동 상승하는 시스템이다. 더군다나 연봉 인상률이 연 3% 정도로 낮아 큰 연봉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앞서 말했다시피 교직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수습기간 6개월이 지나면 큰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해고당할 위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한번 채용이 되면 사람들이 잘 나가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의 경우만 봐도 평균 연령이 50세는 되는 것 같다. 대부분 (같은 자리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시다. 이들은 기존에 하던 업무는 누구보다도 노련하게 잘 해내지만 교내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다거나 정책이 바뀌면 적응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업이 필요한 업무의 경우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캐나다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싶다면


한국의 빡빡한 회사생활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캐나다 교직원 일자리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캐나다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퇴근 후에도 지치지 않고 여가 생활이 가능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학교 수업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내에서 교직원으로 일하고 싶다면 먼저 학교 내 임시직 자리를 알아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학교 이름 + Temp Position이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업무 능력이라면 일정기간의 임시직 근무 이후 정규직으로 쉽게 채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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