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집값이 미친 건 아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바라본 서울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랍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평균가를 다룬 통계자료를 보니 2021년 1월 6억이던 매매가가 2021년 11월에는 7억 5천까지 올랐다고 한다. 불과 1년 만에 1억 5천이나 오른 것이다. 보통 직장인 월급으로는 몇 년을 모아도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의 부동산 가격만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일까? 캐나다에서 가장 핫하다는 밴쿠버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015년부터 2021년 11월까지의 가격 변화를 살펴본 결과 서울과 밴쿠버의 아파트 매매 평균가의 상승률은 비슷하였다.
우선 2015년 1월부터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1년 11월까지의 밴쿠버와 서울의 아파트 매매 평균가 데이터를 보자. 2015년 1월에서 2021년 11월 사이 밴쿠버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8만 불에서 75만 불로 올라 96.7%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동기간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 4천만 원에서 8억 7천만 원으로 99.6%가 상승했다.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보여준다.
단 두 도시의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는 조금 차이가 난다. 먼저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거의 오르지 않다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더니 2021년 1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에는 매우 가파르게 상승한다. 반면 밴쿠버의 부동산가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파르게 오르다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정체기를 보이더니 2021년 1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에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매우 가파르게 올랐다.
상승 시기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 2015년 초부터 2021년 말까지 두 도시 모두 100%에 가까운 주택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2015년 1월 토론토의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은 35만 불이었고 2021년 11월에는 68만 불로 94.3%가 올랐다.
캐나다에는 크게 세 가지 주택 형태가 존재한다. 단독주택의 형태인 하우스와 여러 개의 하우스가 붙어있는 형태인 타운하우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하였던 아파트 (혹은 콘도)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2015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밴쿠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주택의 형태는 타운하우스로 무려 106.5%나 올랐다. 아파트와 일반 하우스의 가격은 각각 96.7%, 85.1%가 올랐다.
가족 구성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현대사회의 특성상 타운하우스와 아파트가 가장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또한 타운하우스는 하우스의 장점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밴쿠버와 서울의 집값 상승은 정부 정책 요인, 수요 급증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보다는 코로나 여파로 인한 금리 인하 등 전 세계적인 시장 흐름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상승은 비단 서울의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집값 안정화를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빈 집세 (Empty homes tax) 부과, 캐나다에 살고 있지 않은 외국인의 주택 구매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캐나다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여론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이주를 처음 결정했을 때 한국보다는 캐나다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어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캐나다에서나 한국에서나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는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어딘가에 내 집이 생길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