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캐나다 대표 재킷
오늘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캐나다 구스(Canada Goose)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캐나다 구스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브랜드이기 이전에 구스의 한 종류를 말한다. 캐나다 구스는 북미의 추운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온몸이 흰색인 구스와는 다르게 등 쪽에는 갈색빛이 돌고 머리 쪽은 검은색을 띠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캐나다 구스는 캐나다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주로 공원이나 주차장 등지에서 터를 잡고 산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 등지에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우려의 목소리가 큰데, 가장 크게 문제시되는 것은 캐나다 구스가 배설하는 엄청난 양의 분변이다. 캐나다 구스 무리가 한번 지나가면 공원 전체가 초록빛 똥밭이 될 정도이니 말이다. 또한 풀을 뜯어먹는 과정에서 땅을 지나치게 헤짚어 놓거나 땅속에 묻혀있는 스프링클러를 파헤쳐 놓는 등의 문제도 일으킨다고 한다.
아니다. 캐나다 구스 재킷에는 당연히 캐나다 구스의 털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캐나다 구스 재킷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흰색 거위의 털이 들어간다. 브랜드 이름 때문에 캐나다 구스의 털을 쓴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캐나다 구스 재킷에도 일반적인 구스털이 들어가니 다른 재킷보다 좋을 것이라는 오해는 마시길...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캐나다 사람들은 다 겨울에 캐나다 구스 패딩을 입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 구스는 여기에서도 엄청난 고가 브랜드이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캐나다 구스 패딩을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가끔 마주치는 캐나다 구스 패딩을 입은 사람들은 왠지 부자로 추정되는 아시아인들이 대부분이다.
캐나다 전 지역을 통틀어 캐나다 구스 정식 매장은 9개뿐이다. 캐나다에서 인구가 세 번째로 많은 밴쿠버에도 매장이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매장 수가 굉장히 적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중국에는 정식 매장이 20개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북미보다는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인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캐나다에서는 캐나다 구스 재킷을 싸게 살 수 있지 않냐"라고 물어볼 때마다 이래저래 굉장히 난감하다.
캐나다 구스가 비싼 이유는 원료 수집부터 가공까지 모두 캐나다 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위치한 거위 농장에서 채취된 털을 캐나다 내의 공장으로 이동시켜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사람이 재봉틀을 이용해 재킷을 만든다.
예전에 살던 위니펙이라는 곳에 캐나다에서 가장 큰 캐나다 구스 공장이 있다. 한국에서 온 많은 워홀러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 캐나다 구스 공장에서 일을 많이 했었다. 재봉 관련 트레이닝도 해주고 영어 교육 프로그램도 지원해주는 등 회사가 제공하는 급여나 복지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니펙을 떠나온 지가 꽤 되어서 지금도 인기 있는 일자리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캐나다 구스는 한국인이 만들었을 수도 있다!
캐나다 구스 브랜드는 동물 보호단체들의 단골 비판 대상이 되어왔다. 2017년에 동물보호단체 PETA (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에서 거위를 잔혹하게 다루는 거위 농장 영상을 배포했는데, 이 공장은 캐나다 구스에 납품을 하는 회사였다. 이를 계기로 캐나다 구스는 전세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한 캐나다 구스는 모자에 사용되는 코요테의 털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는데, 결국 2022년부터 코요테 퍼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캐나다 내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캐나다 구슬릴 입지 말자는 캠페인을 가끔 만나볼 수 있다.
앞으로 캐나다에 살면서 캐나다 구스를 입을 일은 없을 것 같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재킷을 살 돈도 없을 뿐더러 일부 부자 계층들만 입는 재킷으로 Meme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