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2021년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의 산유국이다. 대부분의 소비량을 자국 생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석유 생산량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최근 캐나다 내 휘발유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차트는 내가 살고 있는 밴쿠버의 오일 가격을 나타낸 그래프이다. 파란색 선은 밴쿠버의 휘발유 가격으로 2020년 7월 리터당 1달러 20센트 수준이던 것이 현재 2달러까지 치솟았다. 캐나다 2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1900원 정도이므로 2022년 3월 기준 밴쿠버의 휘발유 값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근 휘발유값 상승의 이유는 다들 알고 있듯이 러시아발 석유 공급 이슈가 가장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나다 사람들은 자국에서 생산되고 공급되는 휘발유값이 왜 글로벌 공급 가격에 영향을 받는지 잘 알지 못한다. 나 또한 캐나다에 오기 전에는 휘발유값이 매우 쌀 줄 알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캐나다 내에서 생산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 의해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밴쿠버의 휘발유는 근처 버나비, 에드먼턴에서 공급됨에도 불구하고 타국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과 가격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한 캐나다는 2007년부터 휘발유에 탄소세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사는 밴쿠버의 BC 주는 가장 강력한 탄소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주이기도 하다. 밴쿠버는 총 휘발유값의 35% 정도를 세금으로 내는데, 이는 매니토바주 위니펙보다 리터당 50센트 비싼 수준이다. 밴쿠버 시민을 비롯한 BC주 주민들의 원성이 날로 커져가는 이유이다.
차량 운행이 필수적인 캐나다에서 기름값은 필수재로 여겨진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이 활성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차량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캐나다인들은 마치 한국인들이 소주값 상승에 예민하게 반응하듯이 기름값 상승에 굉장히 예민하다.
아무리 캐나다가 세계 5위의 산유국이라도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거의 없다. 현재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커지고 무엇보다 정유사들의 이익만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모델처럼 석유 생산과 판매를 국가에서 관리해서 이윤을 국민들에게 환원하지 않는 이상 고유가 시대에 고통받는 건 결국 국민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