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말을 통역하는 기술
by
말글디자이너
Nov 21. 2025
어제는 직장 메신저 대화를 중심으로 글로 하는 말의 정확함이 신뢰를 만든다는 이야기였죠.
오늘은 직장 5년 차 이상의 중간관리자들을 위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상사와 직원들을 잇는 말의 기술에 대해서요.
중간에 선 날들
현재 직장에 발령받은 첫 해였습니다. 하루는 부서장이 저를 불렀어요.
"이 건은 오늘 중으로 끝내야 해요."
명령처럼 들렸죠. 저는 그대로 팀원들에게 전했습니다.
"부장님이 오늘 안에 끝내라고 하셨어요."
순간 팀의 공기가 싸늘해졌습니다. 누군가는 한숨을 쉬었고, 누군가는 통화하던 전화를 급히 내려놓았습니다.
마치 제가 폭탄을 떨어뜨린 것처럼. 그날 밤, 사무실에 남아 일하던 팀원이 저게 물었습니다.
"근데 주임님, 왜 이걸 오늘 안에 끝내야 해요?"
그 질문이 저를 깨웠습니다.
전달자와 통역자는 다르다
나중에 알아보니 부서장이 말한 '오늘'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급히 예정에 없던 사장 보고가 잡혔거든요.
저는 그 이유를 알아 보려고 하지 않고 내용만 전한 거였습니다. 의도치 않게 명령으로 변질시켜서요:
그 경험 이후, 저는 같은 지시도 다르게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내일 급한 윗선 보고가 잡혔나 봐요. 그래서 오늘 중으로 이 부분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우리는 0시까지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많은 점이 달라졌습니다. 팀원들의 표정도, 손의 움직임도, 일의 진행도.
리더의 지시는 '전달'보다 '통역'이 필요한 거였죠.
처음에는 저도 상사의 말을 그저 정확하게, 빠르게 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년 차를 지나면서 깨달았어요. 전달과 통역은 완전히 다른 태도여야 한다는 점을요.
전달자는 메신저입니다. 정보를 옮기기만 하면 되죠.
통역자는 중재자입니다. 언어를 바꾸고, 맥락을 해석해야 해요.
그래서 전달자가 남기는 건 명령이 되고,
통역자가 남기는 건 이유와 방향이 됩니다.
리더의 언어 vs. 팀원의 언어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깨달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리더와 팀원은 다른 언어를 쓴다는 사실.
리더는 큰 그림을 봅니다.
"보고서 정리하고, 회의 준비해. 그리고 다음 달 계획도 세워야지."
전략의 언어입니다.
하지만 팀원은 손에 잡히는 것을 봅니다.
"어디까지 정리할까요? 언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실행의 언어입니다.
이 두 언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 중간관리자의 역할입니다.
그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이 결국 일을 굴립니다.
상사의 말, 이렇게 통역하세요
어느 날 제가 던진 한 문장으로 후배 직원의 업무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부장님이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신다고 하셨는데, 우선 이 정도까지만 해서 피드백을 받고 다음 단계를 진행해 볼까?"
상사의 지시는 같은데도, 팀원의 표정이 달랐습니다. 마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사람처럼 움직였습니다.
중간관리자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은 조직의 말과 팀원의 마음을 잇는 통역자의 역할입니다.
그 통역의 핵심은 정확함이 아닙니다. 온도입니다.
한 문장을 부드럽게 바꾸는 감각.
현실을 상사가 수용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하는 감각.
팀원의 입장을 상사에게 설득력 있게 올리는 감각.
그 감각들이 모여, 리더와 팀원을 함께 살립니다.
다음 지시를 받을 때, 생각해 보세요.
- 상사는 무엇을 원하는가?
- 팀원은 무엇이 어려운가?
- 그 사이에서 한 문장을
다르게 전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리더가 되는 길입니다.
"상사의 말을 팀원의 마음으로 통역하세요. 신뢰가 쌓입니다."
이 문장이 마음에 닿았다면
중간에 서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공유해 주세요.
그 사람의 다음 지시 전달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내일은 이 연재북의 부록_책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제 브런치 연재북이 책이 되기까지의 세 번째 과정을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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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센스가 일센스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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