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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명품 거울이 있습니다.

"두 명의 굴뚝청소부가 청소를 마치고 내려왔습니다. 한 사람의 얼굴은 더럽고, 다른 한 사람의 얼굴은 깨끗했습니다. 자, 누가 세수를 했을까요?"


정답은, 얼굴이 깨끗한 사람.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자신도 더러울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제게는 언니가 바로 '재 묻은 굴뚝청소부' 같은 존재입니다.


8분 차이로 태어난 나의 거울.


저와 언니는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비슷한 외모 덕분에 어릴 때부터 늘 비교 대상이 되었고, 어디를 가든 신기한 시선을 받았습니다.


"쌍둥이면 뭐가 좋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친구가 필요 없다는 점이 가장 좋았죠. 저와 가장 잘 맞는 언니가 늘 곁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크고 나서 알았습니다. 사실은 언니가 저를 맞춰주고 있었다는 것을.


언니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저보다 단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술적 감성, 미적 감각,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삶의 태도까지.


어릴 때부터 언니는 늘 용돈이 넉넉한 사람이었고, 저는 한 번에 써버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다 쓰고 나면 늘 언니에게 빌려 쓰곤 했습니다.


중등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도 그랬습니다. 언니는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악착같이 공부해 단번에 합격했습니다. 학교 수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교과서를 집필하고, 그 경력으로 수능 문제 출제위원까지 하며 기회를 넓혀 나갔습니다.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결국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는 걸, 저는 언니를 통해 배웠습니다.


15kg을 감량할 수 있었던 것도 언니 덕분이었습니다. 언니는 출산 후에도 체중을 거의 변화 없이 유지했는데,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쌍둥이’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도, 얼굴도 같았지만 체중이 20kg 가까이 차이 났으니까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언니의 모습이 곧 제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도한 끝에, 3년 전 저는 마침내 목표 체중을 만들었습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 ‘거울 이미지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가진 감정과 태도가 거울처럼 상대에게 반사된다는 원리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어 관계가 좋아지고, 반대로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감정이 상대에게도 전달되어 관계가 멀어진다고 합니다.


제게는 언니라는 훌륭한 거울이 있었습니다. 언니의 긍정적인 마음과 삶의 태도가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이제는 저도 누군가의 좋은 거울이 되고 싶습니다. 저의 밝은 표정과 건강한 생각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그 변화가 다시 저에게도 돌아오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얼굴에 묻은 재는 쉽게 볼 수 있지만, 마음과 생각에 묻은 재는 스스로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음과 태도를 비출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명품으로.


당신에게도 명품 거울이 있습니까? 없다면, 꼭 한 번 찾아보기 바랍니다.


사람이든, 책이든, 좋은 영상이든 상관없습니다. 거울을 찾는다면, 언젠가 당신도 누군가에게 좋은 거울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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