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위에 작은 아이가 누워 있다

가슴 위에 번지는 검은 물

by 샌프란 곽여사

꿈에, 나는 시골집의 안방에 있다. 방 안은 빛바랜 녹색 벽지를 발라놨고 옛날식의 흰 천을 감침질해서 푸근하게 만든 요 위에 같은 식으로 만든 이불을 젖히고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7살쯤 된 내 아이는 이불 위 반듯하게 죽은 듯이 누워있고 그 위에 포개듯이 얹어 놓은 아이가 하나 더 있다. 내 아이보다 좀 더 작은 아이는 누가 끌어다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것처럼 온몸이 불편한 각도로 구겨져있다. 아마 5살쯤 될 것이다.


나는 그 작은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아이를 살짝 끌어 구겨진 주름을 펴듯이 몸을 반듯하게 해서 내 아이의 몸에 반듯하게 얹어주고 다리는 내 아이 다리 옆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만져주었다. 그리고 작은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제 좀 편하지…?”


라고 물으니 그 작은 아이는 고맙다는 눈짓을 해주었고 입을 달싹이며 무어라 말을 했다. 고맙다는 말일 테지.


작은 아이의 머리가 내 아이의 몸에 반듯하게 얹혀 그 머리가 내 아이의 입술에 닿을 정도인데 내 아이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죽은 듯이 잠을 잔다. 그 아이의 얼굴을 나는 애틋하게 바라보며 작은 아이에게 눈길을 돌린다.


작은 아이가 입은 하얀 촘촘한 무늬가 있는 옷 위로 가슴께 검은 물이 안에서부터 천천히 배어 나온다. 검고 끈적이고 짙은 녹색 같기도 한 물. 나는 그 물이 번지는 걸 보며 어쩔 수 없지, 하고 생각한다.


그 작은 아이는 죽은 아이니까.


이미 부패가 진행되어 시체 썩는 물이 배어 나오는 아이. 이 작은 아이의 시체를 내 아이 위에 얹어 나는 어떤 의식을 하고 있다. 내 아이가 좋아지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생각하며 죽어서 이미 힘이 빠진 작은 아이의 몸을 끌어 내 아이의 몸 위에 겹쳐놓은 것이다. 부패가 진행되어 시체쎡는 물이 배어 나오면 냄새가 진동할 텐데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마 내가 시체 썩는 냄새를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기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때 잠에서 한 번 깼다. 일어나 보니 새벽 1시쯤. 나는 내달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 그 죽은 아이가 곁에 서 있을까 두려워서 오래 둘러보지 못하고 바로 누워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이렇게 무섭기는 처음이었다. 이불을 뒤집어써서도 내 머리맡에 그 아이가 서 있을까 두려워 잠이 안 왔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고 불길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출근을 해서도 좀처럼 웃을 수가 없었다.


굳은 얼굴로 넋이 나간 듯 보이는 내 얼굴을 살피며 주방 식구들이 무슨 일 있냐며 물어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차갑게 대답했지만 내 눈은 불안하게 떨렸다.


일 하다 사소한 실수를 했다. 그리고 마음이 놓였다. 아- 이렇게 액땜을 하는구나. 주방 스태프가


“내가 다시 만들어줄게. 걱정하지 마.”


하며 든든히 말해줬다. 그리고 다른 식구는 지나가다 내 손에 피스타치오 한 줌을 쥐어주었다. 그 피스 타피오를 입 안에 약처럼 털어 넣고 우물대며 마음이 좀 더 놓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그칠 무렵 저녁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한가해지고 갈 사람은 가고 나는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그렇게 안심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다는 주방장 율리시스를 보며 무서운 하루가 지나 감사하다 혼자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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