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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Jan 17. 2024

힘 없이 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엄마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응급실에 누운 엄마, 곧 편안해져 잠이 들었다

새벽에 내 방문을 만지작거리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엄마가 부른다. 평소 잠투정이 많아 출근을 시켜줄 테니 버스타지 말라고 해도 굳이 조용히 일어나 혼자 출근을 했던 엄마였다.


“지영아… 엄마 배가 아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용수철처럼 튀듯이 일어나 옷을 꿰입고 차를 빼왔다. 몇 시간을 혼자 복통을 견뎠는지 엄마의 얼굴은 해진 종이처럼 안돼보였다. 복통 때문에 헉헉대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엄마를 부축하니 낙엽처럼 가볍고 가녀리다.


차를 가지러 가는 순간에 응급실이 어디에 있었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아픈 엄마를 태우고 시간을 끌면 안 되는데 마음이 급했다.

혼빠진 얼굴

응급실의 좁은 침대에 눕힌 엄마를 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지난 7년을 혼자 굿세게 살아온 엄마. 내가 곁에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에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까. 이 시간엔 택시도 없고 아픈 배를 붙잡고 택시를 부르기도 힘들다. 무슨 정신으로 콜택시를 부르겠는가.


엄마는 진통제와 소화제, 가스제거제 등등이 섞인 링거를 맞고 바로 증세가 호전되어 잠이 들었고 나는 엄마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봤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특이한 사항이 나오지 않아 곧 엄마는 퇴원을 했다.

너무 감사하고 평안했던 어제


나는 이 모든 게 내 탓인 거 같아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와 태평한 시간을 보내며 건방지게 SNS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수 없이 고백을 해서 그게 천벌을 받은 거 같아 속상하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저런 상황에서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내 평안과 행복을 보고 상대적인 절망과 우울감을 느꼈다면 그것도 내 잘못이다.


이 시간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이 단 하루라도 평안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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